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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23. 2023

노래를 시작합니다

노래를 못한다. 

처음부터 그랬다.


아주 어린 어느 명절날. 

이 집 저 집 아이들은 친척 어른들 앞에 나와 노래를 불렀다.


나는....

노래를 하다가 멈췄다.

그리고 어디 구석에 들어가 혼자 꺼이꺼이 울었다.

둘째 삼촌이 슬그머니 나에게 다가와 오백 원을 주었다.


노래를 잘하면 돈을 받았다. 오백 원.

난 아빠에게 뭐라고 뭐라고 구박을 받았다.


그날부터였겠지.

난 노래를 못 부르는 아이로 자랐다.

초등시절 내내 풍금에 맞춰 부르는 노래시험이 지독히도 싫었다.

음이 안 올라간다고 말하니 낮춰 부르라는 말에 자존심이 확 상해 그냥 불렀다.


중학교 때는 노래 시험을 보다가 멈춰버렸다. 어떤 고음에만 가면 목소리가 알아서 닫혔다.

노래 잘하는 목소리는 타고 나는 걸까. 아님 노래 잘하는 아이들이 노래하는 구멍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 걸까.


난 아직도 그 구멍을 찾지 못했다. 여전히 어떤 음에 올라가면 소리를 닫아 버린다.

오늘도 아랫집 아이의 노래를 듣는다.

그러다 문득 나도 이 시간 노래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무작정 유튜브를 틀어 놓고 그 아이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불렀다.

제가 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는 나를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한 번 노래를 하니 계속 부르고 싶다.

갑자기 찾지 못한 구멍을 찾고 싶다.

목의 구조가 모두 같다면

어쩌면 나는 소리 구멍을 못 찾았을 뿐.

내 목 어딘가엔 그 구멍이 있을 거다.

찾고 싶다.

소리 구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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