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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r 23. 2023

손님 없으면 "오라이"

오늘 아침. 나의 길고 길었던 아침 라이딩에 마침표를 찍었다.

며칠 전 스스로 귀찮은 냄새를 풍겨댔지만, 이 순간이 예고도 없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엄마, 나 오늘 버스 타고 학교 가볼래"


어? 아침부터 무슨 소리니.

나도 모르게 동공이 커졌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잘 갈 수 있겠어?"


나의 숨겨진 불안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제가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다.


"교통카드 줘, 어디서 내려야 하지?"

"학교가 보이면 벨을 누르고 내려"


이 별 것 아닌 일이 아이에겐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미션이 된다.


"엄마가 데려다줄까?"

"아니, 오늘 가보고 내일도 어떻게 할지 이따가 얘기해 줄게. 대신 버스정류장까지는 같이 가줘."


8시 10분. 버스 시간에 맞춰 아이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침마다 꾸물대던 녀석이 혼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재빨라지기 시작한다.






버스에 처음으로 혼자 올랐던 날이 생각난다.

그날은 초등학교 입학식 다음날.

엄마는 그날부터 나를 독립시켰다.


버스 요금은 60원. 

내 손엔 촉촉한 50원과 10원이 들려있다.


버스 안내양언니가 버스 안을 휙 둘러본다.


"타실 손님 없으면 오라이"


자주색 베레모를 눌러쓴 언니의 외침에 부르릉 시동이 걸리면 버스가 출발한다.

꿀렁꿀렁.

긴장감으로 배가 꿀렁댄다.


이십여분을 달리면 내려야 할 정거장.
떨리는 발걸음으로 조심조심 내린다.
손을 번쩍들고 횡단보도를 건넌다.
드디어 익숙한 길이 보인다. 휴.
아침 등산이라도 하듯 열심히 오른다.
저어기 그곳엔 나의 학교가 있다.


오늘 아이가 가는 길은 그 길이다.

익숙해질 길.

그러나 처음인 길.

떨리는 마음으로 걸어갈 길.

엄마가 없는 길.


아이를 내려놓으니 그곳에 아이의 길이 있다.

그렇게 오늘도 조금씩 멀어져 간다.

아, 생각해보니 아이가 나를 내리게 했다.

hull...(번역: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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