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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Apr 07. 2023

good morning

routine

삐비빅 삐비빅...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 소리가 울린다. 소리에 반응이라도 하듯 눈동자가 두어번 움직이기 시작하자 뿌연 꿈에서 둥둥 떠다니던 정신이 이내 돌아온다. 또 하루가 시작됨을 느끼며 알람을 끈다.


오전 7시. 전자음이 머릿속으로 들어와 어디선가 헤엄치고 있을 나를 이제 그곳에서 빨리 나오라고 외쳐주는 시각. 게슴츠레한 눈을 비비며 잠시 더 누워있는다.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 간 밤의 생각들을 정리한다. 그렇게 5분여 정도를 더 누워있으면 이내 정신이 현실에 안착한다.


끙.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본다. 알람 소리는 아이의 귀에 도달했겠지만 정신 속으로는 파고들지 못한 걸까. 이불을 돌돌 말고 얼굴만 빼꼼 내밀며 곤하게 잠들어 있는 아이는 아직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아침이다. 일어나자. 굿모닝... 어떤 말을 해도 미동이 없다.

억지로 깨우고 싶지 않다. 아침마다 드는 생각이다. 해가 스며들어 자연스레 밝음에 눈이 부시듯 그렇게 일어나는 아침을 기대한다. 어떻게 해야 깨어나는 건지 잠이란 놈은 좀처럼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알람음 소리가 아이에게 미리 가 닿아있길 바라며 한 소리를 더해본다.

"잘생긴 왕자님이면 일어나고 못생긴 거지면 더 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에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몸을 일으킨다.

"굿모닝"


밤새 움직임이 없던 몸을 일으키자 '끙'소리가 나온다. 왜 나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자연스레 나오는 신음소리다. 또 하루가 시작된다는 작은 울림. 재빠르게 일어나 베개를 제자리에 놓는다. 어질러진 이불은 번쩍 들어 옷걸이에 걸어둔다. 내가 먼저 이불정리를 마치면 부스스한 아이가 내 동작을 따라 한다. 간 밤에 읽었던 책과 핸드폰, 물컵을 들고 나오면 이 방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거실 불을 켜고 화장실로 간다. 지난밤 굳게 닫았던 입을 헹군다. 우루루퉤. 몇 번의 우루루퉤를 하고 얼굴을 씻어내면 비로소 정신이 돌아온다. 아침마다 완벽하게 나를 깨우는 것은 바로 이 동작이다.


아침은 간단하게 차리는 걸 좋아한다. 아침을 먹었던 기억이 없던 나는 아이를 낳은 뒤로 철저하게 아침을 먹는 인간이 되었다. 대신 간단하게. 어젯밤 아이가 정해둔 아침 메뉴는 팬케이크다. 펜케이크 가루를 볼에 담고 우유를 넣은 뒤 포크로 휘저어 준다. 프라이팬은 뜨겁지 않게 적당한 미온 상태를 유지 중이다. 반죽을 프라이팬에 붓자 금세 하얀 기포가 퐁퐁 생겨나기 시작한다. 고온에서는 금방 타버리므로 눈을 뗄 수 없는 메뉴다. 적당히 남은 자리에 계란을 톡 까서 넣었다. 내친김에 두 개. 서로 들러붙지 않도록 뒤집개로 자리를 정해준다.


물양치를 마친 아이가 둥그런 식탁에 앉는다. 언제나 테이블엔 태블릿이 올라온다. 듣거나 보지 않으면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아이. 아침부터 영상을 틀어놓는다. 뭐, 나도 한쪽에 핸드폰을 세우고는 간밤의 이야기들을 따라간다. 영상 속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에 둘만의 고요한 아침이 시작된다. 사각사각 먹는 소리만 울린다.

하루 중 가장 평온한 시각. 7시 30분.


과일과 커피, 계란후라이로 간단한 아침을 마치면 분주한 준비가 시작된다. 이제 10분 뒤면 아이가 나간다. 나가야 하는데도 태블릿을 들고 욕실로 이동한다. 끙. 보던 것을 보며 이를 닦고 고양이 세수를 한다. 언젠가부터는 분무기로 물을 뿌려 까치집을 빗질하기 하기 시작했다. 굼뜬 동작들에 살짝 애가 닳아 시간을 살펴본다. 8시 5분.


후다닥 뱀허물 벗듯 잠옷을 벗은 아이가 오늘의 복장으로 재빨리 갈아입는다. 그새 현관으로 이동한 아이는 허둥대며 운동화를 신고 마스크를 챙기고 가방을 들러맨다. 현관문에 걸어 놓은 실내화가방과 태권도가방까지 낚아채면 띠리릭. 드디어 문이 열린다.

"잘 다녀와, 좋은 하루!"


쿵. 문이 닫힌다. 현관문이 닫히면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8시 10분.

매일 반복되는 나의 아침 이야기.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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