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지구본을 주워왔어.
동그란 지구를 본 순간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나 둥그렇다고.
둥그런 지구모양을 본 너는 신기해했어.
난 설명을 했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게나 둥그렇다고.
한 번도 몸 담가보지 못한 거대한 태평양을 봤어.
동그란 지구에서 가장 넓은 그곳을.
여기를 건너야 저기에 갈 수 있다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
나도 가보지 못한 길을.
너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지구가 네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가다 보면 낭떠러지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어느 날 그 끝에 다다라
뚝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을까.
지구를 벗어나면 둥둥 떠오를 수 있을까.
다시 여기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