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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25. 2022

층간 소음

바꿔줘서 고마워요

누가 사는지 모른다.

아랫집인 것 같기도 한데 아닌가 옆집인가.

나의 끌어당김의 법칙이 제대로 작동한 건지

나의 아파트엔 노래하는 분이 계시다.

이분은 젊은 남성분으로 추측되는데 그분은 매일 2시경에 노래를 부르신다.

가끔은 5시에도 부르신다.


나른한 오후 시간.

갑자기 피아노를 치며 발성연습을 시작한다.

익숙한 고음의 발성연습.

그리곤 노래를 한다.




화가 났었다.

고백하지만 너무나 시끄러워 노래 좀 그만하라고 안 나오는 목소리로 소리를 친 적도 있다.

보는 것이 최고의 산교육이라 했나. 아이는 나 보다도 더 큰 소리로 외친다.

"시끄러워요!"

이런 산교육을 원한 게 아닌데 꼭 미운 행동은 재깍 따라 한다.


노래의 레파토리는 주로 흘러간 남자가수 노래다.

고음의 파괴적인 소리를 내는 남자가수의 노래들.

노래 잘하는 남자아이들이 예전에 노래방에서 불렀을법한 노래들.

내가 썩 좋아하지는 않는 장르다.

노래가 시작됐다.

내 미간은 자동으로 찡그려진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레파토리가 바뀌었다.

나의 추억을 자극하는 남자 가수 노래들로.

'감사합니다'

나도 모르게 감사인사를 했다.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허밍으로 따라 불렀다.

'꽤 잘하는데. 음악 입시를 준비하는 건가' 가끔은 이런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한편 안타까운 마음도 들고 응원하는 마음도 생겼다.

'거기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이야기해주고 싶기도 하다.


누가 부르는 걸까.

남자다. 30대는 안되었다. 노래로 무언가를 준비하는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매일 연습할 수는 없다. 누굴까.

낮시간, 아파트 단지에서 수면바지 입고 돌아다니는 남학생들을 유심히 보게 됐다.

"혹시 너 노래하니?" 지나가는 남학생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충동도 생겼다.

궁금하다. 도대체 네가 누군지.

그러나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감사히 듣는 것뿐이다.


남학생을 만날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 우연히라도 마주 치게 된다면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노래 실력 많이 늘었더라. 아줌마가 응원할게. 열심히 연습해서 네 꿈을 꼭 이루길 바래.

끊임없이 노력하는 너의 모습에 아줌마가 요즘 깨달은 게 많아.

그리고 노래 레파토리 바꿔줘서 정말 고마워."

주책이다.


5시다.

밥은 차려야 하는데 오늘따라 눈이 감긴다.

앗. 노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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