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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2. 2023

안경제비

"어이, 안경제비 10원만..."

이렇게 말하는 이 아이는 도대체 누구인가.


쏟아져 나오는 대학교 정문 앞에서 안경제비들을 기다렸다.

왜 그랬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나의 목표는 오로지 안경을 낀 남학생들이었다.

내가 인식하던 남자 가수라곤 전영록이 다였기 때문일까. (너무 멀리 갔다)

아무튼 커다란 잠자리 안경을 낀 남자 대학생이 나의 타깃이었다.


유행은 유행인지 수많은 잠자리 떼들이 행진이라도 하듯 교문밖으로 넘쳐 나왔다.

얼굴은 보지 않았다. 그저 잠자리안경인지만 확인했다.

이상한 심리다. 잠자리들이 친절하다고 확신하다니. 


재빠르게 따라붙지 않아도 남학생들은 교문 앞 횡단보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얼굴도 모르는 그의 옆에 딱 붙어 섰다.

"어이, 안경제비 10원만!"


안경제비가 파란불을 기다리며 어처구니없이 나를 쳐다봤다.

위아래로 쳐다보기에는 좀 짧은 나였지만, 어쨌든 그는 나를 쳐다봤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호주머니를 뒤지는 게 아닌가. 

그는 아무 말없이 10원을 주었다.


앗싸.


나는 재빨리 10원을 움켜쥐고 다시 대학교 정문 앞으로 갔다.

그리고 another 안경제비를 찾았다.


다시 횡단보도 앞.

"어이, 안경제비 10원만!"

이번에도 안경제비는 순순히 10원을 내게 건넸다.


역시 안경제비들은 착하다. 아무런 질문도 없이 순순히 10원을 내놓는단 말이다.


이런 잠자리 같은 바지런한 동작으로 방과 후 50원을 모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내 손엔 드디어 50원짜리 깐도리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다.


한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었던 안경제비들.


"어이, 안경제비! 그때 10원 정말 고마웠어! 덕분에 깐도리 잘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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