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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15. 2023

스마트폰 속의 두 세상

아이에겐 아직 스마트폰이 없다. 아이가 사달라고 조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 또한 딱히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등하교 알리미 고마워) 가장 큰 이유는 핸드폰 좀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부쩍 내 레이더에 아이 친구들의 핸드폰이 잡히기 시작한다. 근근이 버텨오던 아이들도 4학년 정도가 되니 하나 둘 핸드폰을 가지게 되는 게 실감 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제가 생겼다. 핸드폰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는 아이가 엄마 핸드폰 속에 제 세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은 한참 전부터 만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만 간과하고 말았다. 하교 후면 게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아이 말에 깜박 속아 넘어갔다. 내가 보상을 주지 못하니 그렇게라도 짤막한 보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 아니면 하교 후 잠시 꿀 같은 시간을 허락했던 것일까. 둘 다 맞지만. 


배경화면이 수시로 바뀌고 컬러풀한 폴더가 생겼다. 폴더의 이름은 당당하게 아이이름이다. 물론 몇 안 되는 앱이지만 들어가 보면 온통 게임이다. 엄마가 보는지 알 텐데. 어느새 버젓이 한쪽 구석을 차지해 버렸다.


언제부턴가 모르는 번호로 전화도 오기 시작했다. 모르는 번호를 잘 안 받던 나는 재차 걸려오는 번호가 이상해 받아보니 아이의 친구들이었다. 그날 이후로 모르는 번호라도 최대한 받고 상냥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이의 사회생활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친구들은 아이의 핸드폰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얼마 전부터는 드디어 카톡을 시작했다. 단톡방을 만들어 대화를 하고 방장을 뽑는 선거를 하고 규칙을 만들었다. 몇몇 아이들과는 개인적인 카톡을 하기도 한다. 엄마가 확인하는 줄 정말 모르나.


엄마는 다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엄마 세상에 제 세상을 만드는 중이다. 물론 눈치를 보며 만들고 있겠지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면 카톡부터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어간다.


흠. 이렇게 스마트폰을 알아가는 아이를 언제까지 내 세상에 묶어둘 수 있을까. 묶어두는 게 가능하긴 한 걸까. 언제쯤 나는 너의 세상을 온전히 인정할 수 있을까. 아이의 독립이 아닌 엄마인 나의 독립이 절실히 이루어져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아이는 내 카톡도 확인 중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까진 자신이 없다. 덥석 내주었다가 게임이라는 세상에 아이를 빼앗길까 봐. 한 동안은 엄마세상에서 눈치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우린 언제쯤 각자 독립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오는 걸까. 


*아이의 카톡을 보는 것은 흡사 아이의 일기장을 보는 느낌이다. 나는 몰랐던 군침 도는 아이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아이도 나의 카톡을 확인하는 건 아닌지... 아이가 빨리 자라길 바라면서도 한 편으론 지금에 멈춰주길 바라는 엄마의 이중성이 폭발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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