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진 것도 아니었고 장갑 낀 손이 그저 미끄러졌을 뿐인데, 안 그래도 마감이 허술하다고 생각하던 밥그릇이어서 그랬는지 생각보다 쉽게 이가 나가버렸다.
짙은 블루컬러였다. 짙은 색이라 이가 나간 부분은 유독 하얀 백묵 같아 보였다. 버리자. 넌 너의 몫을 다했어. 3피스의 밥그릇인데 이전에도 하나가 깨졌다. 이제 남은 건 덩그러니 하나다.
사기그릇은 깨질 수 있는 물건이다. 그런데 유독 이가 나가거나 깨지면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사람은 경험의 동물이니 그럴 만도.
5년 전에도 사발 하나가 깨진 적이 있다. 저녁을 마치고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를 하는데 그날도 그만 손이 미끄러졌다. 그렇다고 그 큰 사발이 그렇게 쩍 하고 갈라질 줄은 몰랐다. 순간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마침 그날은 남편이 옆에 있었는데 갈라진 그릇을 보며 몹시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밤이었다.
평소 전화하는 사이가 아니었던 형님에게 전화가 왔다. 자다 일어났지만 불현듯 깨진 그릇이 스쳤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런데 왜 직감이란 건 여지없이 들어맞는 것일까.
"동서, 어머니 돌아가셨어."
깨진 그릇은 잘못이 없을 텐데 그릇을 깨트려 이런 일이 일어난 것만 같았다. 어쩌면 남편도 그릇이 깨진 순간 예감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서로 아무 대화가 없었지만, 속 마음은 알아챌 수 있었다. 분명 어머니 괜찮으시겠지. 하는 불안한 눈빛이었다.
그 뒤로 설거지를 할 때면 그릇을 깨지 말자 다짐을 하곤 했다. 신경이 쓰인 달까. 인과관계는 없지만 한 번의 경험이 심어준 기억은 놀랍도록 선명하다. 그런데. 오늘 또 그릇을 깨고 만 것이다.
어차피 깨질 그릇이었어. 사은품으로 받아 그런지 단단하질 못했어. 진작 내다 버릴걸.이라는 생각을 하며 분리수거장에 내다 놓았다. 그런데 여지없이 불안한 마음이 몰려온다. 제발 아니길.이라고 바라는데 문득 누군가가 눈앞에 서린다. 아닐 거야. 아니야.
그릇들아. 언젠가는 깨져서 내 곁을 떠나겠지. 제발 조용히 떠나다오. 더 이상 이런 느낌은 싫다. 나도 조심히 다루도록 노력할게.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걸린다.
그릇은 아무 잘못이 없다. 단지 그릇과 안 좋은 일을 연관 짓는 내가 있을 뿐이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일단, 남은 그릇 세트를 몽땅 가져다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