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난 왜 자전거를 타고 있었을까.
왜인지는 기억나지 않는 어느 여름.
한 동안 장마가 계속되어 언덕 배기는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땅은 빗물에 파여 울퉁불퉁하고 여기저기 물 웅덩이가 만들어져 있었다.
난 축축하게 젖은 흙길을 열심히 자전거로 이동 중이었다.
웅덩이를 피해 가려니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비를 맞은 것처럼 등줄기는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겨우겨우 진창을 빠져나오니 내리막 언덕길이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물 웅덩이를 피해 조심조심 페달을 구르는데
'으악. 속도가! 주체가 안된다!'
그 순간 마법이라도 걸린 듯 자전거와 나는 하나가 되어 가파른 언덕배기에서 하늘로 붕~~ 날아올랐다.
그리고 털썩 그대로 추락하고 말았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다리는 움직일 수 있는 건지.
조심스레 다리를 움직여보니 다행히 움직일 수 있었다.
무릎에는 시뻘건 피가 철철 흐르고 온몸은 진흙 투성이었다.
간신히 일어나 자전거를 세웠다.
다행히 자전거도 나도 큰 부상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가 그리 웃겼는지 눈물을 흘려가며 깔깔대고 웃었다.
그렇게 자전거를 끌고 한참을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날 나는 진짜 날았다. 그 느낌만은 아직도 선명하다. 나는 그날 이 아이가 되었다. 타임리프.
일본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