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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20. 2023

이 밤의 끝을 잡고...

요즘 잠자는 패턴이 바뀌었다. 나는 초저녁에 꾸벅꾸벅 졸다가 10시만 되면 아이보다 일찍 잠드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밤시간을 야금야금 즐기고 있는 요즘이다.


잠을 안 자면 뭘 하는가. 사실 난 밤에 뭘 할지를 모른다. 멀뚱히 책상에 앉아 있으면 영 집중이 안되고 기분이 이상하다. 아무래도 책상은 낮에 이용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진짜 잠을 안 자고 뭘 하는 것인가. 브런치 생활을 6개월 넘게 해 오면서 그동안은 아무 시간이나 중구난방으로 글을 읽고 쓰고 댓글을 달았던 행동을 요 근래 밤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 계기가 있느냐 하면. 있다. 그건 바로 블루투스 키보드의 등장이다. 물론 그전에도 블루투스 키보드가 하나 있긴 했는데 만 원짜리라 그런지 잘 안 쓰고 있었다. 너무 가볍고 튕기는 리도 나고 연결도 영 시원치 않아, 솔직히 많이 쓰지 않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얼마 전 그마저도 잃어버리고 말았다.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도서관에 가져갔는데 그렇다고 신나게 자판을 두드린 것도 아닌데 그만 사라지고 말았다. 도서관에 귀신이 있다고 생각을 해서인지. 아무튼 그날 이후로 행방이 묘연하다.


잘 쓰지도 않았던 키보드가 없어졌는데, 왜 이리 허전한 것인가. 허전함을 채우려 이번엔 큰맘 먹고 3만 원대의 키보드를 구매했다. 색상은 하얄 것, 자판은 동그랄 것, 핸드폰 거치가 가능할 것.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키보드를 찾아 헤맸고 눈에 쏙 들어오는 제품이 있길래 냉큼 구입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도착한 그 녀석은 예뻤다. 무겁다는 평이 있었지만 역시 생각대로 묵직한 게 안정감이 있었다. 그래봤자 몇 그램 차이다. 이리저리 사용설명서대로 작동을 시켜보니 연결이 빠르다. 게다가 3대까지 연결이 가능하니 3만 원대의 값어치를 톡톡히 해낸다.


그날부터다. 잠의 패턴이 바뀐 건. 밤이 되면 아이를 재우러 방으로 들어간다. 자러 가는 내 손엔 블루투스 키보드가 들려있다. 핸드폰을 거치하고 잠시 오디오북이 된다. 그러다 보면 아이는 어느새 곤히 잠든다.


바로 그때부터가 나의 시간이다. 아이가 잔다. 어둠 속엔 나와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다. 그럼 난 무엇을 하겠는가. 예상대로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브런치글을 읽는다. 그리고 타타타다 댓글을 달기 시작한다.


밤이라 그런지 감성적인 댓글이 튀어나온다. 그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왠지 작가님과 연결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동안은 일찍 자느라 몰랐는데 새벽 시간이면 꼭 그 시간에 발행하는 작가님들도 있다. 


나는 글을 읽고 실시간 댓글을 단다. 나는 점점 더 작가님과 교감을 한다. 어둠 속에서 혼자 실실 웃기도 한다. 그러다 오늘 같이 뭔가가 당기는 날이면 슬며시 거실로 나와 라면을 끓인다. 그리고 맥주를 한 캔 딴다. 


의사들의 소울푸드가 뭔지 아는가. 그건 바로 라면이다. 먹지 말라하지만, 좋은 걸 어찌하겠는가. 라면만이 나를 위로해 준다는 데 어찌하겠느냔 말이다. 이 사실을 어찌 알았느냐고 묻는다면 난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


네! 아주 오래전 아침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열다섯 분 정도의 의사들이 패널로 나왔어요. 진행자의 질문은 이거였습니다.


나의 소울 푸드는?


그분들이 쑥스러워하시며 대답하시더라고요.


저의 소울푸드는 라면이에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꼭 라면을 먹어요.

좋은 걸 어떡합니다!

ㅎㅎㅎ


네. 저도 지금 라면을 먹었습니다. 꼬들꼬들 아주 맛있네요.

제 앞에는 여전히 블루투스 키보드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잠의 패턴이 바뀔만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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