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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n 21. 2023

글 써서 돈 벌기

글을 쓴 지 6개월이 지나고 있다. sns도 하지 않던 내가 반년을, 브런치에 푹 빠져 지냈다. 그리고 오늘 글을 써서 돈을 받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물론 브런치에서 돈을 준다는 건 아니다. 하하하.


브런치에 적응이 되어갈 무렵 유심히 보기 시작한 글쓰기 플랫폼이 있다. 그로로와 헤드라잇. 브런치에 눈이 베어버린 나는 다른 플랫폼을 보는 게 힘들었다. 글을 쓰고 싶은 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는 말이다. 역시 글은 브런치에 써야 제 맛이니까.


그런데 이 두 플랫폼을 요리조리 뜯어보니, 음... 돈을 준단다. 창작자에게 쥐꼬리만 한 돈이라도 수익금을 정산하겠다는 얘기다. 오호. 돈을 주겠다고!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놈의 돈이 뭔지 어느 날 가입을 해버렸다. 일단 가입을 해야 글을 발행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기서 하나의 팁. 그로로는 아직 창작자가 많지 않아서인지 가입만 하면 글을 쓸 수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공감을 받던, 에디터 픽을 받던, 능력에 따라 돈을 지급받는 구조다. 단 아티클이 문제인데, 식물베이스의 글이 대다수다. 뭘 키워야 폴랫폼에서 좀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


반면 헤드라잇은 심사를 본다. 우선 글 3개를 올려, 독자의 반응을 본다는 이야기다. 아직은 앱속도도 느리고 뉴스 위주의 글이 많아, 얼핏 보면 포털사이트의 느낌도 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창작자들의 글이 보인다. 글의 주제는 그로로에 비해 자유로운 느낌이 들어 브런치작가들에겐 좀 더 유리한 느낌이 없지 않다.


두 개의 사이트에 창작자로 이름을 올리고 각각 3개의 글을 발행한 뒤 지켜보기 시작했다. 알음알음 구독자가 생긴다. 누군가 조회를 하고 댓글이 달린다. 브런치만큼은 아니지만 일단 기다려보기로 한다. 난 아직 이쪽의 생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감이 안 온다는 이야기다.


두 사이트를 왔다 갔다 하며 창작자로 선정되길 기다리는 동안 브런치에 글을 썼다. 돈 한 푼 안 주는 브런치지만 브런치엔 공감이 있다. 댓글이 있다. 작가님들이 있다. 역시 글을 쓰게 만드는 플랫폼이다.


20여 일이 지났을까. 비 오는 아침. 꿀꿀하지 말라고 그러는지 두 군데에서 동시에 카톡이 왔다. 헤드라잇에서 드디어 창작자가 되었으니 글을 발행하란다. 수익금을 받을 계좌정보도 기입하란다. 식물이 판치는 그로로는 이미 창작자가 되어있었지만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그냥 지켜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이달의 공감 30편에 들었단다(수익금 만원), 그리고 에디터픽에 선정되었으니 계좌정보를 넣으란다(수익금 오만 원)


무슨 일입니까! 동시에 두 군데서! 글을 써서 돈을 벌라고 나를 푸시하는 것인가! 글을 써서 돈을 번다는 것,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이야기다. 과연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는 것인지 그것은 출간 작가님들만의 고유한 영역이라 생각했다. 아니면 하도 글을 잘 써 공모전에라도 입상이 되면 어디서 청탁이라도 들어오는 걸까. 하는 생각은 해봤지만, 그건 나랑은 먼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글을 쓰라고 부추기는 플랫폼이 조용조용 생겨나고 있었다니. 그것도 돈으로 사람을 꼬셔가면서. 그렇다면 슬며시 넘어가줘야지. 회사를 다니거나 알바를 하지 않아 내 순수한 노동력으로 돈을 벌어본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 나는 이 달콤한 제안에 웃음이 난다. 비록 수익금은 적을 것이나, 순수한 기쁨이 돈이 되어 돌아오니 그 어떤 머니보다 의미있지 않을까.


허나! 나는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글은 뭐니 뭐니 해도 브런치가 제 맛이다. 아무리 해져도 내 몸을 가장 편안하게 하는 잠옷인양, 브런치는 나를 편안하게 하는 잠옷이다. 이 옷을 입고 실컷 자고 일어나 잠시 그로로와 헤드라잇에 산책을 다니려 한다. 운동삼아 말이다. 걸으면 돈을 주는 앱도 있던데 잠시 산책을 해서 돈을 준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글감이 없던 아침, 글감을 준 그로로와 헤드라잇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앗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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