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뭘까. 이 주제를 받아 들고는 갑자기 고민이 시작되었다. 난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꽤 분명한 편이어서 어떤 물건이든 눈에 들어오면 빨리 고르고 맘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버리는 인간이다. 이런 내가 이 질문 앞에서는 왜 이렇게 한없이 쪼그라드는 것일까. 분명 이 모호한 질문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렇다면 취향의 정확한 의미가 뭘까?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대충 알고 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단어다. 요즘 책을 읽다가 이해되지 않는 단어를 보면 사전을 곧잘 찾아보곤 하는데 이 단어도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질문에 나 스스로 대답을 해보며 이 글을 시작하려는 속셈이기도 하다. 그럼 사전을 열어보자. 뚜둥.
취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오! 그러니까 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어 내 몸이 자꾸 그쪽 방향으로 쏠린다는 말이다. 더 살펴볼까.
취향.
술에 거나하게 취하여 느끼는 즐거운 경지. 오호! 그러니까 술에 취해 즐거움의 경지에 오른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술에 취한 듯 헤롱대면서 세상만사가 즐거운 상태. 이거, 딱 내 취향이다.
이 두 가지 뜻풀이를 베이스로 취향이란 단어를 곰곰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 그러니까 그것만 보면 너무 좋아 생각이라는 걸 미처 하기도 전에 몸이 알아서 그쪽 방향으로 마구 달려가고, 그것만 하면 거나하게 취한 기분이 들어 즐거운 경지에 오르게 되는 그 무엇이 취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험험. 그렇다면 내가 좋아서 죽겠는 그 무엇이 취향이라는 말씀인데. 이제야 조금 알겠다. 접수완료!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걸 찾아야 한다는 말이지.
그런데 이게 의외로 어려운 문제다. 문제는 겨우겨우 어찌어찌 이해했지만 답이 뿅 하고 나오질 않는 고도의 철학적인 질문으로 느껴진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이 단어를 더 씹어보기로 한다. 씹고 씹어 단물이 쏙 빠지면 그 안에 딱딱한 알맹이 하나는 남지 않을까. 운 좋으면 그 알맹이가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의 취향일 수도 있고 말이다. 더 찾아보자. 꽤나 수고스럽군.
취향저격.
어떤 사람이나 물건이 자신의 취향에 꼭 맞춘 것처럼 매우 마음에 든다는 뜻으로 쓰는 말. 오! 취향의 대상은 물건이나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 그러니까 내가 매우 마음에 들어 하는 형상이 있는 그 무엇! 이 설명을 보니 조금은 명쾌해진다. 사람이나 물건이란 말이지.
사전을 아래로 쭉쭉 더 내려보니 더 나온다. 음악 취향, 이국 취향. 맞아 맞아. 우리는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할 때 그건 내 취향이야. 이런 말을 하지 않았던가! 한 마디로 나 그거 좋아해!라는 뜻을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써준 단어가 취향이로구나. 눈에 보이지 않아도 되는 것, 그러니까 내 감각을 총 동원해서 느낄 수 있는 그 무엇, 알콜이 아닌데도 나를 거나하게 취하게 만들 정도로 좋은 그 무엇이면 나는 당당하게 명명할 수 있다. 이건 내 취향이야.라고!
알았다. 취향. 그렇다면 나는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는, 그렇지만 이미 내 안에 깃들어 있을 그러나 그 실체를 알 수 없었던 내 취향에 대해 제대로 알아가면 되는 거구나. 클리어!
이쯤 되면 이 주제는 내 취향 파헤치기 챌린지라고 해도 되겠다. 쉽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부담스러운 단어였는데 이렇게 파헤치고 보니 어쩌면 이 글쓰기를 통해 그동안 몰랐던 나를 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니 갑자기 의지가 솟구치기 시작한다. 뭐야. 몸이 벌써 쏠린 건가. 알고 보니 이런 거 내 취향이었나.
아, 여기까지 글을 쓰고 다시 한번 읽어 보니 나란 사람, 굉장히 탐정스러운 취향을 가졌군! 글 하나 쓰자고 뭐 이렇게 할 말도 많고 파헤치는 건지. 그래서 그렇게 셜록홈스를 들으며 빠져들었던 건가! ㅎㅎㅎ
취향 하나 알아내겠다고 나름 조사를 마치니 내 취향 하나를 알아내고 말았다. 탐정취향. 뭔가를 알아내고 싶으면 속속들이 파헤치는 면이 있는 사람. 맞다. 10년 전 봤던 사주에서도 그런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송곳 같은 사람이라 끝까지 파헤쳐서 너덜너덜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던 다소 충격적인 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인정하고 마는군.
어쩌겠나. 그게 나라면 이제 그만 인정해야지. 이렇게 나라는 사람을 인지하며 나의 취향을 알아가기로 한다. 요이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