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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18. 2023

늙는 건 싫지만 할머니는 되고 싶어

말 그대로다. 피부가 쭈글쭈글해지고 여기저기가 아파가며 늙는 건 싫지만 난 가끔 그 모든 걸 뛰어넘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 어불성설이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할머니는 신체적인 부분은 몽땅 빼버린 그런 할머니다. 이렇게 두부 자르듯 성가신 부분은 턱 하고 잘라 놓고 나면 할머니,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알 거 다 알고 눈치 하난 끝내주고 삶의 모진 풍파를 다 겪어 이제 더 이상 누가 옆구리를 쿡쿡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그런 할머니. 아. 이건 좀 독해 보이는 이미지다. 정정.


독해보인다고는 했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고 그만큼 모든 사람 속을 훤히 꿰뚫는 미학을 가진 할머니라는 말이 어울리겠다. 말하자면 깊은 바다와도 같은 할머니.


시냇물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졸졸졸 흘러내려와 강을 건너 바다로 내려오듯 졸졸졸 모진 세월 모아 모아 다 받아내는 할머니.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아도 씨익 하고 웃어주는 바다 같은 할머니.


이런 할머니가 되기 위해 난 오늘도 열심히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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