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을 쓰고 나니 내가 빵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혼자 몰래 먹는 엄마로 비치는 것은 아닐까, 살짝 고민이 되지만 사실 며칠 전부터 아이가 없는 시간 빵을 혼자 먹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내가 뭐 빵 없으면 못 사는 일명 빵순이도 아니고(미안합니다 빵순이) 내가 사는 빵 이래 봤자 고작 샌드위치를 만들 때 쓰는 호밀빵이나 모닝빵 정도가 전부다. 그러면 난 무슨 빵을 혼자 먹고 있는가. 내가 먹고 있는 빵은 밤이 잔뜩 들어간 달달한 밤빵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먹고 싶지 않다. 간식을 안 한 지 오래되었기도 하고 언젠가부터 달달한 음식이 당기지 않는다. 그런데 아이가 학교 가고 없는 시간 혼자 앉아서 빵을 먹고 있다니.
며칠 전 병원에 다녀오는 길 엄마와 대형 커피숍에 들러 브런치를 먹었다. 언제나 큰 손인 엄마는 내가 잠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는 사이 커다란 종이백으로 빵을 두 봉투나 사고 말았다. 정작 본인 것은 몇 개 되지도 않으면서 나의 빵봉투는 터져 나갈 지경이었다. 이 터져 나가는 마음이 엄마 마음이니까 일단 받아두기로 하고 오랜만의 여유를 느끼며 파니니를 먹었다.
전날 금식을 했던 탓에 출출함이 극에 오르자 아인슈페너는 세상 처음 맛보는 달달한 꿀맛이고 파니니는 뭐 이태리맛집이 부럽지 않은 맛이었다. 커피매장 3분의 1 정도가 편집샵이어서 점심을 먹은 후에도 조잘조잘 거리며 물건을 구경하느라 한참을 그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 혼자 갔으면 쇼핑 같은 것은 하지 않았을 테지만 엄마와 하는 쇼핑은 언제나 그렇듯 즐거웠다. 물론 엄마가 내 것을 몇 개 사주었다는 의미다. 험험.
집에 들어와 빵봉투를 뒤집어보니 참 많이도 샀다. 물론 나 혼자 다 먹으라는 말은 아니고 언제나 그렇듯 내 아이를 위한 빵이다. 빵귀신인 내 아이.
이 아이가 빵만 귀신인 것은 아니다. 아기 때부터 넘치는 식욕으로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했던 아이. 돌이 되던 해에는 귤 2박스를 혼자 다 먹었고, 키위도 먹었다 하면 4개, 복숭아는 2개 정도를 먹어야 자리를 떴으니 그때는 물개박수를 치며 좋다고 했던 엄마가 아이 몸이 둥글둥글해지자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애아빠도 잘 먹지 않았다던데 그럼 저 아이는 누구를 닮았길래 저렇게 먹는 걸까. 나? 적당히 먹고 쑥쑥 크는 아들을 보고 싶은데 어째 요즘은 식성도 아저씨처럼 변해가는 아이를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자꾸만 벌건 국물요리를 달라하고 매콤한 라면을 찾는 모습이 말하자면 더 이상 아이가 아닌 느낌이다. 손님인가.
어린 시절 순수했던 입맛은 다 사라지고 맵고 걸쭉한 음식을 좋아하게 된 아이, 불룩 튀어나온 배, 그 배 위에서 옆으로 찢어지게 웃고 있는 배꼽을 보면.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물론 아이에게 내색을 해서 괜히 기를 죽일 필요는 없지만, 저러다 살찌는데 에너지가 다 몰려 키가 안 크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예전에는 살이 쪄야 키가 큰다고 했지만 요즘엔 살이 찌면 2차 성징이 빨리 오고 그러면 성장판이 닫힌다고 하니, 이제 더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닌 것이다.
아저씨 입맛에 달달한 간식거리를 찾느라 저녁 목욕 후에도 이를 안 닦는 아이는 냉장고 문을 수시로 열고 닫는다. 다 늦은 저녁시간 자꾸 빵을 달라는데 빵 먹는 모습만 봐도 AMY 마음이 답답해진다. 나의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먹구름처럼 밀려온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눈치 없이 자꾸 사들고 오는 애아빠의 아이스크림은 냉동실 저 구석으로 쑤셔 넣어야 하고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먹는 아이스크림은 그래. 마지막이다를 외치며 슬며시 거기까지만 허락해 준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저 봉투의 빵들은 어찌해야 하는가. 아이가 없는 시간 AMY가 먹어 치우지 않는다면 언젠간 아이의 뱃속에서 헤엄치고 있을 그것들을. 이 AMY가 혼자 먹어치울 수밖에.
비나이다 비나이다. 적당히 먹고 키가 쭉쭉 자라게 해 주시옵소서!
AMY는 빵을 뜯으며 오늘도 기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