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이냐 잠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이다

매주 화요일 우리 집 저녁 메뉴는 짜장, 짬뽕, 탕수육이다. 어쩜 이렇게 매번 먹게 되는지 의문스럽지만 중국집을 너무 좋아하는 그가 먹고 싶은 메뉴이니 눈 감고 먹어주는 음식 짜장, 짬뽕, 탕수육. 사실 매우 질립니다. 짬뽕 먹으려고 결혼했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요.


"뭐 먹을 거야?"


내 대답을 뻔히 알면서도 그는 항상 나에게 물어본다. 나의 취향을 아직도 모르겠어. 물어보나 마나 짬뽕이지. 내가 언제 10년 넘게 짜장을 시킨 적이 있냔 말이다. 이런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 하지만 이내 거둬들이고 애써 한 마디 덧붙인다.


"탕수육은 시키지 말고 간단히 먹자"


"왜... 먹을 거야"


흠. 그래. 먹자 먹어. 짜장, 짬뽕, 탕수육. 중국집의 3대 천황 짜장, 짬뽕, 탕수육.




나는 사실 짜장면을 먹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면 다들 놀래겠지. 아니, 어떻게 짜장을 안 먹을 수가 있냐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니까 아주 먼 옛날. 기억이 날똥말똥한 7살의 난 어느 중국집에 앉아있었다. 앞에는 가물가물하지만 엄마가 앉아 계셨겠지. 그리고 내 앞에는 내가 최초로 기억하는 거무튀튀하고 윤기 자르르한 짜장면 한 그릇이 놓여있었다.


무슨 음식인지 몰랐지만(기억력이 좋은 편인데 짜장에 대한 기억은 그것이 처음이다) 엄마가 알맞게 비벼준 검은 면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리는 순간. 물컹. 하는 커다란 덩. 어. 리. 가 씹혔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안개 같던 유년 시절. 내가 기억하는 짜장면의 첫인상은 그런 것이었다. 물컹하고 찝찝한 거대한 덩어리가 씹히는 기분 나쁜 음식.


가리는 음식이라곤 없었는데 그 순간 본능적으로 입안에 있던 덩어리를 뱉어냈다. 우웩. 검고 물컹하고 꺼림칙한 그것. 그것이 내가 인식한 최초의 고깃덩어리였다.


그 이후로 나는 고기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전에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있었겠죠) 그 순간부터 고기를 거부했던 기억만은 선명하다. 당연히 고기가 들아간 짜장면은 내가 먹을 수 없는 메뉴가 되었다.


7살 어린아이는 그렇게 반강제적으로 짬뽕의 세계를 알아버렸다. 다소 매운맛이었지만 벌건 국물 안에 한가득 들어있던 야채가 좋았다. 양파와 당근을 골라 먹으며 하얀 면발을 후루룩 입안에 넣으면 개운한 맛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아이가 무슨 생각으로 짬뽕을 먹었을까 싶지만 달달한 짜장이란 나에겐 보이지 않는 고깃덩어리의 집합소 같은 것이었다. 간혹 감자와 양파만 들어간 짜장이 있으면 맛있게 먹기도 했는데(간짜장을 나중에 알았지만 한 번 떠나간 입맛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가게에서든 기본적인 짜장면은 먹을 수 없었다.


7살 어린 나이에 생겨버린 짬뽕 취향이 이렇게 오랜 시간 이어지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나에게 뭘 시킬 거냐고 물어오는 그 또한 신기하고.


고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자연스럽게 짜장을 시키지만 엄마가 먹는 짬뽕이 먹고 싶은지 매번 "한 입만"을 외친다. 그래. 너도 짬뽕 맛 좀 볼래? 이 엄마는 7살 때부터 짬뽕을 먹어 온 사람이라고. 음하하. 이렇게 오래 먹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자랑 아닌 자랑을 하며 삼분의 일을 덜어 아이 앞에 놓아준다.


"짬뽕 국물 안에 들어있는 야채도 같이 줘"


이런 말을 덧붙이는 아이를 보면 아. 이 아이는 나와 그 반반을 닮았구나. 그렇다면 이 아이는 짬짜면 취향인가. 한 가지 메뉴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번 짜장과 짬뽕을 먹는 이 아이는.




현재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아니지만( 25살 이후로 먹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탕수육은 안 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항상 반 이상을 남기는 탕수육을 보면 마음이 쓰리다. 정작 나 한입, 그 세 입, 아이 다섯 입 정도를 먹고 나면 배가 불러 먹지도 못하고 남아버리는 탕수육.


"식혀서 먹는 탕수육이 더 맛있어"


라는 말을 들으며


'그래, 내일 저녁 메뉴는 고민할 거 없네'


라는 생각을 하며


매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짜장, 짬뽕, 탕수육을 또 시키고야 만다. 물론 계산은 그가 합니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저녁밥을 차린 보상으로요. 그리고 부탁하는데 그냥 짬뽕을 시켜주세요. 물어보지 말고요. 짬뽕이 제 취향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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