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다 Jan 27. 2023

지금 이 순간

지킬박사와 하이드

촬영이 끝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기 위해 운전을 한다.

서울 중심에서 한 시간 거리, 그곳이 나의 집이다.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시원한 냇가에 발이라도 담근 느낌이다.



노래를 튼다.

철 따라 레퍼토리가 바뀌긴 하지만

일 년 내내 듣고 있는 노래가 있다.

뮤지컬 넘버 '지금 이 순간'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나오는 곡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보며 소름이 돋았었다.

괴상망측하게 얼굴을 반으로 나누어 놓은 모습이 무서웠다.

무서운 얼굴은 한 사람이 두 사람인 듯 서로 다른 노래를 불렀다.

어둠 속에서 숨죽이며 어느 순간 지킬박사와 하이드에 빠져들었다.

정확히는 소름 끼치는 하이드에 빠져들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남자 뮤지컬 배우라고 하면 누구나 한 번씩은 부르는 곡이다.

조승우배우로 부터 시작된 남자 배우들의 워너비 송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 귀는 '두껍고 매혹적이며 높은 고음도 마다하지 않는' 홍광호라는 배우의 음색에 멈췄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나의 넘버원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
당신이 날 버리고 저주하여도~~~~~~~~~~~~~~~~
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꿈
간절한 기도 절실한 기도
신이여 허락하소서~~~~~~~~~~~~~~~~~~~~~~~~~~~~~~~~~~~~~~~~~~~~~~~~~~~~~~~~~~


곡의 마지막 부분에 다다르면 머리가 핑돌고 마지막 소절에선 이내 눈가가 촉촉해지고 만다.

일 년을 들었지만 일 년 동안 반복되는 일이다.

아무리 힘들고 지친 일이 있다가도, 이 한 곡을 들으면 한 방울 눈물과 함께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마치 변기 손잡이를 내리면 내 안의 찜찜한 무언가가 확 빨려 들어가 사라지고, 이내 맑은 물이 떠오르는 느낌과도 흡사하다. 이 물은 마셔도 될 만큼 맑은 물이다.



다들 이런 노래 하나쯤은 있지 않냐고 물어보고 싶다.

너무 많다는 대답이 들린다.

나에게도 여러 곡이 있지만,

딱 한 곡을 고르라고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곡을 고르겠다.



지금 이 순간

제목만으로도 그럴싸하다.

막 무언가를 시작할 것 같지 않은가.



어질어질하다가 땀이 나고 머리 뚜껑이 뻥 열리면서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게 하는 노래.

이것이 내가 이 곡을 사랑하는 이유다.



* 10년 전에 쓰고 싶었던 글을 이제야 썼다.ㅋㅋ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사람관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