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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10. 2023

누군가가 나에게 자꾸 말을 해

글을 안 써도 잘 지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한 달을 넘게 버텼다. 사실 안 썼다. 언제까지 안 쓸 수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가끔 쓰고 싶긴 했지만 그마저도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을 뿐 손동작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써야 하는 글이 있어 꾸역꾸역 몇 번을 쓰긴 했지만 이전처럼 마음속에서 어떤 말들이 술술술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는 걸 억지로 잡아 끄집어내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가 그렇게 지나갔다. 그렇게 시간을 지내다 보니 하루가 이틀이 되고 금세 일주일이 되고 열흘이 되어가고 그러다 가까스로 한 편을 쓰고 그런 패턴으로 여름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 드는 의문하나는. 나는 정말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인가. 써야 하는 사람일까에 대한 물음이었다. 내 안의 어떤 목소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끝없이 질문을 해댔다. 쓰고 싶니? 쓸 거 없잖아. 그런데도 자꾸 쓰고 싶니? 


그에 대한 내 대답은. 


응.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 마치 안갯속을 헤매고 다니는 것 같기도 해.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한 지 모르겠다는 답이 끝도 없이 흘러나왔다. 그랬다. 글을 안 쓴다고 딱히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저 글을 안 쓰고 있는 걸 인식하고 있는 내 자아가 저 스스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 재잘재잘 혼자 떠들던 목소리가 힘들어하고 있던 것이다. 


뭐가 힘든데? 안 쓰니 좋지 않니? 이전에 안 쓰던 삶, 아무것도 쓰지 않던 시간으로 잠깐 돌아간 것뿐이잖아. 


안 쓰니 편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불편해. 뭔가가 차곡차곡 쌓이는 느낌이야. 어디 가서 마구 외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오는 느낌. 바로 그거야. 어딘가가 막힌 것 같아. 난 즐거울 때만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어. 글이 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어. 슬픈 글은 쓰고 싶지 않았거든. 어쩌면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해왔는지도 몰라. 난 사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도 몰라. 


오늘은 가만히 앉아있는데 자꾸만 이런 이야기를 누군가가 하고 있다. 이것은 나인가 아닌가. 내 안의 또 다른 아이인가. 오늘은 자꾸 그 아이가 튀어나오려고 한다. 여기까지만 쓰자.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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