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도 역류성후두염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특징적인 증상은 인후부에 나타나는 이물감인데 목안에 무엇인가 맺혀 착 달라붙어 있는 것 같고 매달려있거나 끼어있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한다. 솜이나 가래와 같은 느낌이 드는데 뱉으려고 해도 뱉어지지 않고 삼키려고 해도 삼켜지지 않는다. 바로 이 증상이 나를 괴롭힌다.
또한 심장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복부팽만감, 역류성식도염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과호흡 및 어지럼증이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신체화장애, 불안장애, 공황장애와 같은 신경정신과 질환과 동반되기 쉽다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무얼 해야 하는 건지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느낌. 그저 스트레스를 스스로 없애야만 하는 미션이 주어진 느낌이었다. 제일 먼저 불현듯 하게 된 동작이 하나 있다. 완치는 어렵지만 이 동작으로 완치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했다. 뭐가 뭔지 몰라도 마음이 심란할 땐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이야기. 바로 걷기 운동.
8월의 한낮. 더위가 꺾이면 걷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걷기도 하고 아이가 꾀를 내면 혼자 걷기도 했다. 처음엔 더위와 땀과 날파리로 곤욕을 치렀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자 땀이 난 후 쾌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걷는 동안엔 잠시 모든 걸 잊을 수 있었다. 하루가 이틀이 되고 일주일이 되고 보름이 넘어가자 몸에도 슬슬 걷기 근육이 붙었는지 더 이상 다리가 뻐근하지 않았다. 걸어야만 아무 생각을 안 할 수 있어 어스름한 저녁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걷다 보니 나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이었다. 간혹 식구끼리 나와 산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나와 같은 이유로 건강 걷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겪어보기 전에는 할 생각도 못했던 걷기였다. 살을 빼려고 죽도록 운동을 해봤지만 그것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다. 과하지 않지만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야 하는 운동. 지루하지만 그 지루함을 흠뻑 느끼고 나면 이내 상쾌한 바람이 온몸을 한 차례 휘감고 지나가는 운동이었다.
걷다가 지루하거나 힘을 내고 싶으면 간간히 뛰었다. 뛰는 건 학생시절 체력장 이후 처음 하는 운동이라는 걸 깨달았다. 얼마나 오랜만에 뛰었는지 조금만 뛰어도 옆구리 어딘가가 쿡쿡 쑤시며 아팠다. 그러면 뛰다가 다시 걸었다. 달리기 책을 읽어보니 간혹 그렇게 아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은 그저 더 걷고 더 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몸이 달리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아직 걷기 시작한 지 40일 밖에 되지 않았다. 종종 뛰기도 하지만 여전히 걷는다. 아직도 배가 콕콕 쑤시고 아프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날은 1킬로 정도를 달려도 괜찮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단거리 마라톤을 뛰고 있는 나를 상상하기도 한다. 그런 순간엔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지금 왜 뛰고 있는지 그 이유조차 잊고 만다.
아프고 나서 뜻밖에 얻게 된 수확이 달리기다. 아마도 평생 걷거나 종종 달리고 있을 것 같다. 아픈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이번 참에 건강 한 번 점검하고 가시죠.라는 울림으로 들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뭐를 잘 못하고 살았는지 리스트를 점검하며 바꿔나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잘못했다고 외치면서도 헉헉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