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 후두염으로 가장 불편한 것은 단연 목의 이물감이었지만, 그것이 나의 일상을 파괴하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진짜로 나의 일상을 파괴한 것은 잠이었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낫지 않는다는 건. 계속해서 위산의 파도가 목구멍을 훑고 지나간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질문을 의사에게 해보았다. 빙고. 맞는 말이란다. 그렇다면 아무리 약을 꼬박꼬박 먹고 관리를 하고 운동을 해도 잠잘 때 위산이 역류하면 도로아미타불이 아닌가.
고로 누워서 자면 안 되는 것이다. 위와 식도가 일자가 되게 자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럼 어떻게 자야 한다는 것인가. 가뜩이나 낮은 베개를 좋아하던 나는 도대체 어떻게 자야 하냔 말이다.
고백한다. 한 달을 무식하게 앉아서 잤다. 빅쿠션을 등에 대고 잠에 곯아떨어지는 순간까지 정신 줄을 붙잡고 앉아 있었다. 앉아 있다가 도저히 잠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던 순간엔 나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면 등짝과 목이 아팠다. 간혹 가다 새우잠을 자고 있기도 했다. 그럴 땐 화들짝 놀랐다.
이렇게 지내다간 허리가 먼저 아플 것 같다. 이러다간 스트레스로 평생 목에 이물감을 달고 살 것 같다. 걷기는 도대체 무슨 소용인가. 그러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걷고 있는 나는 또 뭐란 말인가.
의사가 추천한 베개가 떠올랐다. 역류성 식도염 배게라는 것이 있다. 반드시 사라는 말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낮은 산처럼 생긴 완만한 높이의 배게다. 과연 저런 걸 베고 잘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지만 뭐든 해보자 싶었다. 가격이 나가도 눈물을 머금고 사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누워서 잘 수 있다.
제발 누워서 자고 싶다. 난 이제 누워서 못 자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부다가 될 수 없는 사람이다.
드디어 베개가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손꼽아 기다렸지만 쿠팡이 아니라 그런가 생각보다 늦게 도착했다. 박스를 뜯자마자 커버를 세탁하고 건조하고 속사포로 장착시켰다. 그리고 한 달 만에 마음 편하게 몸을 뉘었다. 산의 맨 꼭대기에서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좀 더 높게 높게 머리를 갖다 댔다. 그날 밤 난 낮은 산을 배게 삼아 편안하게 누워있는 삼신할머니라도 된 기분으로 한 달 만에 꿀잠을 잤다. 누워서 잔다는 게 큰 축복이란 걸 처음 깨달았다.
아마 평생 이 베개를 베고 잘 것 같다. 그만큼 편안하다. 위산이 역류할 거라는 불안이 순식간에 스르르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