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계속 다니며 드는 생각은 하루라도 빨리 건강 검진을 하자는 것이었다. 괜히 미뤄두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 방학이라 딱히 봐줄 사람이 없어 섣불리 예약을 잡지도 못했다. 매일매일이 가시방석 같았지만 아이 개학날까지만 버티자 싶었다. 그리고 아이 개학날로 건강검진을 예약했다.
위가 어떻게 된 것은 아닐까. 들어보지도 못한 역류성 식도염은 아닐까. 별별 걱정이 다 되어도 빨리 결과지를 받아보고 싶었다. 그만큼 무지는 불안을 증폭시킨다. 특히나 건강에 대한 무지는 불안의 수위가 더 높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암환자다. 3년 전 두 분이 동시에 같은 결과를 받아 들었던 날이 떠올랐다. 그전엔 건강검진하면 일 년의 제일 마지막날 미루고 미루었다가 후다닥 해치우는 귀찮은 연례행사였다. 그러나 그날 이후 건강검진은 나에게 꽤나 두려운 날이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지도 모른다. 건강에 자신이 없어진 게.
그러나 이번엔 어떻게라도 빨리 결과를 알고 싶었다. 이런 상태로 지내고 싶지 않았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위내시경을 할 차례였다. 이제 드디어 나의 위를 보게 되겠구나. 난 잠시 잠을 자겠지만.
결과적으로 잠을 못 잤다. 어쩐 일인지 모든 게 생각났다. 꿈인 듯 아닌 듯 꽥꽥거리며 거북했던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친절하고 귀여운 의사가 나를 불렀다. 비몽사몽이었지만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위에는 약간의 염증뿐이었고 실제적으로 역류성 식도염이 없다는 결과를 알려주었다.
이비인후과 의사도 그랬다. 역류성식도염이 없어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이건 무슨 말인가. 위와 식도 부근의 뚜껑이 제가 기분 내키면 열려서 위산이 목으로 쓰나미처럼 치솟는다는 이야기인가. 왜. 무슨 이유로. 이 또한 스트레스라고 얘기할 건가.
건강검진이 끝나고 이비인후과 의사를 만나 결과를 알렸다. 그러자 의사는 약을 조정해 주었다. 온갖 위산 억제 약 중 약봉투에 정확하게 추가된 약의 이름은 항우울제였다. 처음 먹어보는 항 우울제. 이걸 먹으면 나아지는 건가. 위는 뇌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나의 증상은 정말 정신적인 문제일까.
건강검진을 끝내니 후련한 마음이 드는 한 편 알 수 없는 답답함이 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