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성후두염에 하면 안 되는 것. 술, 담배, 탄산, 커피. 이것들은 목에 무리를 주는 4대 천황이다. 이외에도 하면 안 되는 것,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이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울고 싶었다.
사랑하는 커피는 그렇다 치고 한 잔씩 즐기던 맥주나 와인도 마실 수 없다. 알코올이나 탄산, 커피가 위산을 분비시키는 주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쩜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위산의 주범인 걸까. 나는 무얼 마시고 무얼 먹고살아야 하는 걸까. 다이어트가 끝난 이후로 또다시 이런 고민을 하게 될 줄이야.
이제는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닌 근본적으로 위 건강을 위해 먹는 것에 신경 써야 한다.
우선 먹어야 하는 것보다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을 빠르게 알아보고 제거하기로 했다.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은 하나같이 입맛 당기는 것들이다. 매운 것, 자극적인 것, 기름기가 많은 것, 신 맛이 나는 것, 그리고 밀가루. 예를 들자면 화요일마다 먹었던 짬뽕은 안 되는 것이고 마라탕은 절대 입에 대선 안 된다.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은 피해야 하고 인스턴트식품은 당연히 안 좋다. 과일이라고 방심하면 안 된다. 귤, 오렌지처럼 신 맛 나는 과일은 피해야 한다. 토마토도 안 좋다. 정확하진 않지만 건강과일 사과도 먹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평소에는 느끼지도 못했던 위산이 느껴졌다.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빵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한다. 이런 생각조차 떠올리면 안 되는데.
그럼 뭘 먹으라는 말인가. 일단 야채는 다 좋다. 야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평소에 잘 먹지 않았던 양배추, 브로콜리가 가장 좋다고 한다. 평소에 먹던 샐러드거리에 야채를 더 추가시켰다. 주로 쪄서 반찬으로 심심하게 먹었다. 매일 두부를 반모씩 삶아 먹었다. 두부를 먹으니 속이 편했다. 배가 고프면 아이가 된 것처럼 바나나를 먹었다. 아침으로는 삶은 달걀과 오트밀을 먹었다. 부드러운 맛의 식재료들이 역시 속도 편안하게 했다.
가끔 먹었던 라면과 피자도 끊었다. 술과 탄산음료도 더는 마시지 않았다. 외식을 하러 나가도 딱히 먹을 것이 없다. 간혹 먹을 수 있는 것은 샤부샤부정도.
먹는 것을 조절하고 매일 한 시간 이상을 걷고 달렸다. 물을 많이 마시라 해서 강제로 하루에 1.5리터를 꾸역꾸역 마셨다. 잠 자기 4시간 전부터는 혹시 모를 위산 역류를 방지하기 위해 물도 마시지 않았다.
나는 살을 빼려고 한 것이 아니다.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을 안 먹고 해야 하는 운동을 하고 마셔야 하는 물을 마신 것뿐이다. 그런데 절대 내려갈 수 없는 곳으로 체중계의 숫자가 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느 날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본 적 없는 몸무게가 되었다.
이러다 비건이 되는 것은 아닐까. 아직 달걀과 유제품을 먹고 있지만 자꾸 콩에서 단백질을 얻으려 하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기를 섭취하고 있을 뿐이다. 그 마저도 점점 안 먹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무얼 먹고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