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는 게 무서웠지만 낫지 않는 목을 보며 병원을 3군데 옮겨 다니는 중이다. 병원에 가기 전 나도 모르게 검색을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심심치 않게 의사의 이야기보다는 간호사의 이야기를 많이 보게 된다. 주로 간호사가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글을 읽고 병원을 방문하면 대기하는 내내 간호사들을 눈여겨보게 된다. 글을 쓴 사람의 심정이 어떤지 반은 맞고 반은 다른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 어떤 구석에서 그런 느낌을 가졌는지 이내 알아채고 만다. 그렇지만 뭐 댓글까지 써 놓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도 한다.
그렇게 병원을 3번째 옮기면서 마지막 병원에 대한 글을 읽는데 유독 간호사이야기가 많았다. 불친절의 극치라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런데 그 병원엔 왜 그렇게 많은 환자가 있는 것일까. 의사가 좋다는 이야기인가. 겪어보지 않았기에 뭐라고 말할 순 없다. 부딪혀봐야 결국엔 알고 마는 것들이다.
그 병원에 갔을 때. 대기 환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 맨 처음 왔던 병원이다. 한 시간이 넘는 대기시간에 기가 질려 근처 다른 병원에 갔었지만 별 다른 차도가 없었다. 점점 내가 갔어야 할 곳은 그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그곳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
역시나 두 번째로 간 그곳엔 앉을자리가 없었다. 간호사 3명과 마주 보는 식으로 배치된 3줄의 소파엔 콩나물시루처럼 빽빽하게 앉아 대기 화면만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코로나로 심심치 않게 확진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며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 고치러 왔다가 코로나까지 얻어가고 싶진 않으니까.
사람들은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러는 사이 간호사들은 대기 환자를 수학시간 선생님이 번호 부르듯 불러댄다. 이름이 불린 사람은 진료실 앞 동그란 의자에 가서 앉아야 한다. 콩나물시루처럼 앉아 있는 환자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묵묵히 기다린다. 의사가 얼마나 꼼꼼한 것인지 한 번 들어간 환자는 나올 줄 모른다. 그래서 이 병원에 이렇게 사람이 우글우글한 것일까. 불친절한 간호사들이 있든 말든.
유심히 간호사들을 본다. 누가 불친절한 걸까. 설명하지 않아도 퉁퉁거리는 간호사 한 명이 유독 눈에 띈다. 다른 두 명은 어떨까. 한 시간 정도를 관찰하다 보니 나머지 두 명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며 어딘가에 집중해 보려 하지만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져간 책 5장을 읽지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병원에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자꾸만 눈이 간호사를 흘깃거리고 다른 환자들을 흘깃거리느라 괜스레 바쁘다.
아마 댓글을 써놓은 누군가도 그러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이 길고도 긴 대기시간에 느낀 바를 인터넷 어딘가에 끄적거려 놓은 것이 아닐까. 간호사들은 그런 것도 모른 채 수학 선생님에 빙의해 땍땍거리며 환자들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에 이르고 보니 문득 의사가 궁금해졌다. 어떤 의사길래 환자들이 불편을 감수하고 이렇게나 긴 시간을 기다리게 만드는 걸까. 간혹 어떤 아저씨들은 기다림에 지쳐 화난 기색이 보이기도 하지만 불편함과 아픔이란 화난 속도 차분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고, 의사를 마주했다. 마스크와 투명 안면보호 마스크로 중무장한 의사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질문을 한다. 내 이야기를 듣고는 코와 입을 정성스레 소독하고 능숙하게 목내시경을 한다. 나에게 맞는 약을 컴퓨터에 타타타타 입력하고 다음 내원 일자를 잡아준다. 간호사를 관찰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의사를 보고 느낀 건 이 사람 좀 확실하네.라는 느낌이었다. 돌고 돌아 이 병원에 왔지만 이곳에 안착해야 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이 병원에 일주일에 두 번씩 다니고 있다. 의사의 꼼꼼한 태도와 말투, 정성스러운 대답이 맘에 든다. 그런데 그만 오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물어보는 것은 실례인 것 같아 고분고분 병원에 다닌다. 일주일에 두 번 병원에 다녀오면 꼬박 두 시간이 걸린다. 약을 몇 번 바꿔줬지만 특별한 차도는 없다. 이 병은 그저 오래간다는 말을 한다. 지금이 초반이니 당분간은 계속 와야 한다는 말을 할 뿐이다. 3주째가 되고 보니 이런 불편한 상황도 익숙해졌다. 물론 매 번 내 목을 내가 들여다보며 아아 소리를 내고 성대와 후두를 바라보는 끔찍한 짓을 하고 있지만 눈으로 직접 보니 마음 한편이 시원하긴 하다. 내가 봐도 부은 듯한 후두가 가라앉질 않는다.
이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꼭 와야 하나요?
용기를 내서 마지막 진료 때 물었다. 한 달이 안되었으니 그전까진 이렇게, 그 이후엔 텀을 조정하겠단다.
아. 네네.
이 병원 의사는 꼼꼼하고 믿음직스럽다. 간호사 중 한 명은 불친절하지만 나머지 두 명은 나이스하다. 병원이 오픈하기도 전부터 십여 명의 환자가 언제나 대기 중이다. 그마저도 9시가 되면 40명 정도가 되는 사람들이 빡빡하게 들어차게 된다.
한 달이 다 되어가니 알겠다. 환자들의 얼굴이 눈에 익는다. 나처럼 일주일에 두 번씩은 열일을 제쳐두고 병원에 오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아침 시간을 선호한다. 그나마 일찍 서둘러서 조금은 빨리 진료 볼 수 있길 희망하는 사람들이다. 목이며 귀가 아픈 사람들이다. 조금은 불편하고 불친절해도 낫기를 희망하며 아침마다 병원에 들르는 사람들이다. 도대체 의사는 언제 그만 오라고 말할까. 나는 그것이 가장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