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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23. 2022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쓰는 사람이 되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내 아이는 건넌방에서 난생처음 독후감을 쓰고 있다.

집안은 고요하다. 

고요하다 못해 물먹은 솜 같은 기운이 감돈다.

티비 없는 집, 가끔은 유튜브 소리가 울려 퍼지기도 하지만 우리 집은 고요하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유년의 어느 때인가부터 내 안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글은 아니었다.  

   

화가가 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어떤 꿈을 이루지 못한 화가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했다.

두 시간 이건 세 시간 이건 종이와 색연필만 있으면

어느새 그 안에 들어가 신나게 놀고 있었다.

나의 유일한 놀이는 언제나 그림이었다.   

  

엄마는 화가가 되면 가난하게 산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주산학원과 속셈 학원을 다녔고

취미에도 없는 웅변을 배웠다. 

    

그림을 그리지 못한 갈증이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복습 대신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언제라도 그림에 빠질 준비가 된 아이처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어쩌면 잘하는 것 하나는 가지고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의 그것은 언제나 그림이었다.     

'난 가만히 앉아있지 않겠어.'

'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거야.'

풀지 못한 갈증은 물 대신 콜라라도 달라며 나를 다른 세계로 이끌었다.

그것이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좋았다.

이것이 내 삶의 원동력이었다.









갑자기 사고가 났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이건 사고다.

그런데.       

이상하다.

써보지 못했던 붓이 내 손에 들려있는 듯 나는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 머리는 돌아간다.

끊임없이 말을 한다.


지금 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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