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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Nov 24. 2022

끌어당김의 법칙

고음을 못 내는 아이

나의 목소리는 허스키하다.

허스키함을 넘어서서 중저음에 가깝다.

여성적인 까랑까랑함이라곤 내 목소리엔 없다.

학생 시절 반별 합창대회가 매년 있곤 했는데 난 항상 알토였다.

여성 중간 음역대를 소리 내주는 알토.

알토인 성악가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고음을 내지 못하는 파트 같아 항상 움츠러들었다.

난 그렇게 소프라노를 동경했다.


고음을 낼 줄 몰라 음악 실기 시험이 두려웠던 나.

고음을 못 내서 매번 울어버리곤 했던 나.

난 언제나 높은 미에서 멈춰버렸다. 얼음.




중학생의 나는 클래식을 즐기고 모차르트를 좋아했다.

주말 아침이면 '피가로의 결혼'을 듣는 중학생.

소프라노의 고음이 좋았다.

클래식 감상 수업 시간이면 그림을 그렸다.

오페라의 느낌을 연필의 움직임대로 그려대곤 했다.

그래서 였을까.

소리도 못 내는 소프라노 동경주의자에게 음악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게 된 건.

이 또한 끌어당김의 법칙인가.


성악가들이 모여드는 이탈리아로 가게 되었다.

소프라노 동생과 한 방을 쓰며 발성연습을 자장가 삼아 낮잠을 잤다.

(아아아아아~~~ 들리는가. 피아노 치며 하는 발성연습)

테너 최고 고음 하이 C에 목숨 거는 테너 남자 친구도 생겼다.

매일매일이 진짜 오페라 아리아를 듣는 나날이었다.

절대로 닿을 수 없는 음들이 항상 내 주위를 날아다녔다.


정확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말을 못 하니 듣는 감각이 발달한 건가.

난 마에스트로라는 대가 선생님들의 수업을 들으며 소리가 나오는 길을 알게 되었다.

어디로 나와야 소리가 터지는지 느낌으로 알게 되었다.

그러나 난 소리 낼 수 없다.

단지 들어만 줄 수 있다.


"그 길 아니야. 더 위로 끌어올려. 이마 가운데 구멍이 있어. 거기로 실타래 뽑듯 음을 뽑아내"

이건 내가 감히 소프라노에게 했던 조언이다.

"목을 쓰고 있잖아. 그건 인골라야(목으로 소리 낸다는 뜻) 머리 위로 더 끌어올려야지.

정확한 소리를 내면 어지럽고 머리가 핑 돈다고. 목이 쉬면 잘못된 거야."

이 또한 무례하게도 내가 테너에게 했던 조언이다.

"넌 정말 좋은 소리를 가졌구나. 너는 꼭 성공할 것 같아."

이건 유난히 소리가 좋았던 테너 동생에게 했던 조언이다.

이 동생은 훗날 진짜 유명한 테너가 된다.


노래를 잘하고 싶었다.

단 한 번 만이라도 노래를 잘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번 생에선 절대로 닿을 수 없는 곳.

그것이 나에겐 노래다.


좋은 노래를 듣게 해주는 음악가들을 사랑한다.

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그 소리를 내는지 알기에 더욱 사랑한다.

다시 한번 태어날 수 있다면

그래서 "가지고 싶은 소원 하나 들어줄게, 적어봐" 한다면

난 주저 없이 이렇게 적겠다.

"기똥찬 목청 하나만 가지고 태어나게 해 주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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