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되면 괜히 마음이 바빠진다. 이불을 세탁기에 돌려야 하고, 화분에 물어 주어야 하며, 일주일 동안 가라앉은 먼지들을 걷어내야 한다. 일요일 밤이면 아파트 분리수거까지 시작되니 새로운 한 주를 맞기 전에 이 모든 일을 해치우고 싶은 마음에 하루종일 종종 거리기 일쑤다. 일종의 일주일마감 강박일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지는 이상한 병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주말이면 집을 바꿔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끈불끈 솟는 병, 즉 가구를 옮기는 병이다.
집안의 가구를 십 년 내 움직였다. 사흘이 멀다 하고 움직여대니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사람은 이 집이 내 집인지 적응이 안 간다 했다. 그래도 칭찬은 잊지 않았다. 칭찬에 어깨가 으쓱해진 나는 그만하라는 말인 것도 모른 채 더욱 신나 해 하며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십 년을 지치지도 않고 움직여댔더니, 그제야 그만 움직이라 한다. 나이도 들었는데 그러다 허리 나간다는 걱정을 다해준다. 나 또한 나이가 드니 귓등으로만 듣던 조언이 언젠가부터 잘 들리기 시작한다. 잘 못 움직이다 허리라도 삐끗하면 괜히 몸이 아플 것이기에 새로운 집안 풍경은 사진으로 저장해 두고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일요일이라는 것이, 게다가 새해라는 것이 다시 마음을 슬슬 움직이게 한다. 그러는 찰나, 아들의 요청이 들어왔다.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계속하는 엄마를 보니 재미있어 보였나, 아이가 나와 같은 방에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한다. 고요하게 혼자 있고 싶지만 새해니 오랜만에 움직여보기로 한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나서부터 꿈꾸는 방이 있다. 놀러 가서 맞이하는 이불만 한채 덩그러니 놓여 있는 방, 절간에서 빌려 잘법한 아무것도 없는 스님의 방, 내 집에도 그런 방을 들이고 싶다. 하얀 벽으로만 둘러싸인 방, 아아! 소리를 내면 왕왕! 울리는 그런 방, 그리고 정갈하게 깔려있는 요와 이불하나, 깨끗하게 씻고 나와 아무것도 거리낄 것 없이 벌러덩 누워 방 전체를 누벼도 어느 것 하나 부딪힐 것 없는 그런 방을 언젠가부터 꿈꿨다. 때마침 아이의 요청도 있었으니 주말을 맞아 내 꿈을 실현시켜 보기로 한다.
또 시작했다. 이 짓거리를.
이제는 제법 힘이 세진 아들과 함께 자는 방에 있던 책상을 이리저리 돌려 문을 통과해 내오고, 나의 책상이 있는 방으로 또 이리저리 돌려 욱여넣었다. 그러고 보니 방하나를 비우느라 다른 방이 꽉 찼다.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방을 만들기 위해 또 하고 만다. 일단은 한다. 아들의 소망과 엄마의 꿈을 위해.
하루 반나절을 낑낑대고 움직인 결과, 내 집에 그토록 바라던 스님 방이 생겼다!
절간같이 고요한, 아무것도 없는 방. 이곳은 잠만 자는 곳이다.
깨끗한 방이지만 공기청정기를 두어 방의 먼지 하나까지 빨아들이게 한다. 그리고 뿜어 나온 새로운 공기로 방하나를 꽉 차게 만든다. 재빨리 샤워를 마친 후, 발을 뻗고 누워보니, 갓 말려 나온 뽀송한 패드가 바삭바삭하다. 눅눅함이라곤 없다. 이불에 드러누우면 하얀 벽이 보인다. 앞에 무어라도 있어야 할 것 같은 어색한 느낌이 잠시 스친다. 그러다 큭큭큭 웃음이 난다. 내 집에 아무것도 없는 방이 생기다니. 드디어 비울 곳이 없어진 공간에서 꽉 찬 내 마음을 만난다.
한편, 책상이 옮겨진 방은 난장판이다. 안 그래도 작은 방이 책상 두 개와 책장으로 꽉 찼다. 이상한 습관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다른 곳은 다 비우더라도 책상 위는 잘 못 비우는 것이다. 책상 위 한 곳만은 미니멀리스트 이전의 나를 잠시 남겨 놓았다. 그곳엔 내 살림살이 전부가 놓여있다. 그래서 꽤나 어수선하다. 뭐 한 곳을 비워냈으니 다른 한 곳이 꽉 차는 것쯤은 감수해야겠지만, 영 눈에 거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명색이 미니멀리스트이니 이곳 또한 조만간 비워낼 것이다. 그리고 이전의 나와 미니멀리스트가 된 나의 어느 중점을 내 책상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의 움직임으로 할 일이 하나 더 늘었다. 젠장.
앞으로 텅 빈 스님방에서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잠만 자는 곳이라 비록 기억나는 것은 없겠지만 그래도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곳이다.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한 바탕하고 깨끗한 이불에 벌러덩 누워 책이나 읽다가 곯아떨어질 것이지만 이 방에서의 시간이 몹시 기대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