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콜과 구공탄 Aug 16. 2022

나도 부모지만...

사람, 부모, 그리고 소통

 결혼 6년 차에 해외로 도피(?)해왔다. 첫째는 5살, 둘째가 2살 때였다. 나의 부모님은 손자, 손녀의 5년간을 마주하지 못 한체 그저 화질 좋은 영상으로만 반갑게 인사했다. 살을 부대낄 수도, 생생한 느낌으로 함께 하지도 못 했다. 딸아이는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자신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 했다. 당연하다. 장난을 치는 의도도 있지만, 나는 나의 아버지, 어머니가 나의 아들과 딸을 더 생생히 느끼고, 봐주시고, 즐거워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딸아이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역시 아들을 가진 부모다. 오늘은 이제 은발의 굽은 등을 가진 할아버지가 된 나의 '아빠'가 들려주신 얘기를 하고자 한다. 혹시 이제부터 나오는 글을 누군가 읽고 '엽기'라는 세기말의 단어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아빠의 아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사랑에서 나온 모습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아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믿어진다...



 

 조금 전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전화할 때마다 뭐 그리 미안한게 많고, 마음에 사무치는게 많으신지 해준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러지 마시라고, 당신은 나를 위해 정말 열심히 사셨고, 최고셨다고 말씀드리지만... 그 얘기가 아버지 귀에 들어갈 리가 없다.


 그러던 중 40년 넘게 아버지와 엄마의 아들로 살면서 듣지 못 한 이야기를 들었다. 무던하게 들었지만 막상 전화를 끊고 나니 약간 흠칫??하게 된다. 아주 잠깐 동안ㅎㅎ 


 20대 초반 내가 대학을 간 그 이듬해 쯤이라고 하셨다. 어릴 때부터 병을 앓아온 내가 안 되보이셨는지 두 분은 막내 아들을 위해 이런 저런 것들을 다 하셨다고 했다. 이 사건(?)은 그 중의 하나다. 두 분은  알지도 못 하는 사람에게 찾아가 간청하셨단다. 그 주인의 동의를 얻은 후 그분의 가족? 묘지에서 유골을 얻어 그 뼈를 갈아냈다. 시중의 빈 캡슐 용기를 구하셔서 갈아낸 뼈를 담았고, 그것을 내게 칼슘이라고 말하며 먹이셨단다. 쓰다가 보니 대학생 때 칼슘 같은 걸 먹었던 것 같기도 하다ㅎㅎ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웃으며 민간요법 중에 그런 것도 있냐며, 정말 효과가 있는거냐고 여쭤봤다. 어르신들이 종종 그런 말씀들을 하셨다고 하신다. 예전 민간요법들이야 워낙 버라이어티하고, 지금으로치면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많았던 것을 조금은 알고 있어서 그냥 그랬구나 하며 듣고 넘어갔다. 곧이어 자책하시는 아버지의 축 처진 음성이 내 마음을 부여잡는다. 


 "그렇게라도 해서 효과가 있었어야 되는데 없어가지고... 그런데도 아픈 몸 잘 써가며 이렇게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 내가 해준게 없어서 미안하다." 

 얼마나 간절하셨을까?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프셨을까?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을까 싶은 마음에 어떻게 그런 희한한 일을 하셨을까 같은 생각을 할 틈 따위는 전혀 없었다. 고맙고, 고마웠다. 이제 나도 부모이지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연이은 미안하다는 말씀과 자책하는 말투에서 연민과 사랑이 느껴져 그 일이 어떻게 비춰질 수 있는지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죽도록 일만 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삶을 향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내게도 올라와 버렸으니까... 


 내 어린 시절 두 분과, 특히 아버지와 부딪힐 때도 많았다. 싸우기 싫어 오히려 침묵으로 일관하며 피해 다닐 때도 있었다. 절대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나였다. 그 정도 수준이었다. 그런 나를 견디고 지켜주신 부모님께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한동안 좋은 남편, 좋은 부모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었는데,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든다. 


 오늘 밤, 좋은 자녀, 좋은 아들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20220816 22:34


작가의 이전글 No Love, No Lif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