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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May 24. 2022

톰 포드를 샀다. 내 꿈을 샀다.

롤 모델, 톰 포드. 그의 슈트를 구매하였다. 드디어.


 패션을 공부하고 업으로 삼은지가 23살부터이니 벌써 16년이 되었다. 패션의 시작이자 이 업계에서 계속 일하게 해 준 사람은 톰 포드 (Tom Ford), 나의 롤 모델이다. 섹시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패션 디렉터 톰 포드는 나에게 목표와 이상을 주었다. 그를 생각하며 그처럼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투하며 노력하고 있다.

출처 : Google / 패션의 시작점, 톰 포드. (Tom Ford)

 

 로망이었던 그의 슈트를 가지고 싶었지만 500만 원이 넘는 금액은 용기내기 쉽지 않았다. 월급쟁이가 사기에는 큰 금액. 구매야 할 수 있지만 큰 금액을 지불하고 나서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이 너무나도 컸다. 카드를  지갑에 다시 넣고 한없이 매장 안을 훔쳐보곤 했다.


 맞춤 슈트 (비스포크)를 좋아하니 그의 옷을 따라 만들어보았다. 나 말고도 톰 포드의 슈트를 원하는 사람은 많았나 보다. 어떤 비스포크 양복점에서 톰 포드 패턴으로 맞춤 슈트를 제공하고 이게 광고가 많이 되었다고 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이 패턴으로 많이들 구매한다 하니 나도 혹해서 옷을 만들어봤다. 5벌을 1년에 한 번씩 총 5년 동안, 각기 다른 곳에서 만들었다.


 결과는 참담, 그리고 실망이었다. 어떠한 옷도 비슷하지 않았다. 그의 슈트가 없지만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의 옷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말이다. 품위도 우아함도 혹은 섹시함도 없이 그저 흉내 낸 수준이었다. 맞춤 슈트는 멋지나 원하는 결말이 없었다. 시작은 좋았으나 결국 다시 그 비스포크 양복점을 가는 일은 없었다. 분명 실력이 대단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한 무엇인가가 없었다.


 맞춤 슈트로 만들어 입은 옷만 500만 원이 넘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슈트를 샀으면 될 일 아니었을까. 수많은 후회가 뒤범벅이 될 때쯤, 톰 포드의 옷이 꼭 매장이 아닌 온라인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가격이 생각보다 접근 가능하다는 걸 알고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톰 포드 슈트 구매를 고민했던 건 사이즈의 문제도 컸다. 톰 포드의 옷은 키 175cm 이상에 어깨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 어울리는 브랜드이다. 작은 키에 마른 몸을 가진 나로서는 그의 옷이 어울리는 것은 둘째치고 가장 작은 사이즈도 맞지 않을 거란 걱정이 컸다. 실제 매장에 가서 가장 작은 사이즈를 입었음에도 컸었다. MTM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800만 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슈트 한 벌에 천만 원 가까이 쓰겠다고? 이건 아니지.


 그러던 어느 날 자주 구경하던 온라인 쇼핑몰에 톰 포드의 가장 작은 사이즈인 44 사이즈에 블랙 윈저 슈트 ( '윈저'는 톰 포드 슈트의 라인 중 하나로써 가장 클래식하고 글래머러스한 핏이다. )가 올라온 것을 확인하였다. 가격은 심지어 350만 원. 비싸지만 저렴했다. 모순적이지만 그랬다. 다른 브랜드의 정장을 생각하면 비싸지만 톰 포드 치고는 저렴했다. 게다가 구하기 어려운 44 사이즈, 블랙 컬러, 윈저 핏.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었다.

출처 : Google / 강한 어깨 디자인, 타이트한 허리 라인. 남성성을 강조한 최적의 슈트 핏

 결론은 구매, 긴 할부 옵션을 걸었지만 구매했다. 집 보증금 이후 이렇게 큰 금액은 그리고 옷에 써본 적은 처음이다. 배송될 때까지 긴장되고 설레는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해외 배송이 빨라진 요즘, 배송은 2주를 넘기지 않았다. 낯선 쇼핑몰 이름의 택배가 집 앞에 도착했다.


 슈트를 구매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옷이 오자마자 내 몸에 딱 맞는다는 느낌이나 완벽하다는 느낌은 없다. 수선을 해야 하니까. 특히 나처럼 몸이 남들보다 작거나 말랐거나 혹은 크거나 살이 좀 있다면 수선은 필수적이다. 그렇기에 막 구입한 슈트를 입어보고 잘 맞는다는 느낌이나 만족스러운 느낌은 들기 어렵다. 수선까지가 구매의 연결선상이자 마무리이다.

 그러나 톰 포드는 달랐다. 물론 팬츠는 수선을 많이 해야 할 만큼 길었고 재킷의 소매는 꽤 길었지만, 좋았다. 톰 포드라서가 아니라 내가 꿈꿔왔던 싱글 피크드 재킷의 아름다운 곡선이었다. 재킷의 어깨는 내 어깨와 잘 어울리게 맞아 들어갔고 라펠은 우아하면서 섹시한 곡선을 그리면서 브이존을 만들어주었다. 단단하면서 여유 있는 어깨와 다르게 허리의 곡선은 드라마틱하게 깊이 들어가 유독 얇은 내 허리 선을 강조해주었다. 몸의 단점을 극복해주었고 장점을 부각해주었다. 재킷 하나로 꽤 남성적이면서 유려한 라인을 만들 수 있었다.

 팬츠는 길게 뻗으면서 허리를 단단히 잡아주었다. 팬츠를 올려 입는 편인데, 밑위가 길어 올려 입기 좋았고 사이드 어드저스트 ( 허리 양 옆에 허리를 조일 수 있는 옵션이다. )가 디자인되어 있어 따로 서스펜더를 할 필요가 없었다. 깔끔하고 잘 맞았고 편했다. 톰 포드는 모든 것이 나에게 잘 맞는 그리고 편안한 슈트였다.

출처 : Google / 구매한 톰 포드 슈트. 광택 없는 블랙 컬러, 긴 총장에 강한 어깨 디자인과 핏 하게 들어간 허리 라인.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아웃핏(Outfit)

 수선을 마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단순히  포드를  모델이라고 생각했기에 그의 옷을 원했던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슈트, 스타일, 핏이 전부 그의 옷에 있었다. 그리고 나와  맞았다. 마치 원래 입어왔던 옷처럼 이질감이 없었다. 이제 중요한 날은 무조건  포드를 입는다.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나의 마음가짐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평가 또한 남달랐다. 가장  맞는다고 이야기하였고 가장 근사하다고 평가해주었다.  평가는 나의 만족도를 더욱 견고하게  주었다. 가장 비쌌지만 가장 저렴했던 모순적인 구매가 정당성을 얻었다.

출처 : 필자 본인 / 수선 완료된 톰 포드 슈트. 원했던 모습 그대로이다.


 롤 모델의 옷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다는 것은 행복이고 영광이다. 가끔 일에 지칠 때쯤 집에 걸린 톰 포드 슈트를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최고의 슈트를 줄 수 있다는 것, 비싸더라도 갖고 싶은 이상적인 것을 만든 다는 것, 옷 하나로 자신감과 당당함을 줄 수 있다는 것. 모든 것이 톰 포드의 슈트 한 벌로 가능해졌다.

 내 꿈, 브랜드를 만든 다는 것에 언제나 영감을 준다. 나 또한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란다. 누군가 나의 옷을 입고 만족해하고 꿈을 키워가기를 말이다.



출처 : Google /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는가. 내게 톰 포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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