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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May 09. 2022

미니멀리즘에 대한 생각

옷장 속의 미니멀리즘은 글쎄요, 그게 맞나요?


 몇 년간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는 옷장에도 변화가 주고 있습니다. 적지 않은 분들이 기존의 옷과 액세서리를 정리하고 미니멀 라이프에 참여합니다. 옷을 쇼핑하면서 들이는 시간과 고민하는 시간, 돈을 축소시켜 얻게 되는 것으로부터 삶을 더 단순하고 명쾌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저는 여기서 몇 가지 의문점이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미니멀리즘이 맞느냐란 말입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트렌드에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쇼핑하는 것은 아닐지, 혹은 줄어든 선택의 폭에서 더 스트레스받는 건 아닐지 이번 칼럼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미니멀리즘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선택지를 줄이고 단순해진 주위 상황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항상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되고, 선택에 따른 만족과 후회는 매번 따라옵니다. 짧게는 하루의 만족에서부터 길게는 인생의 성공 여부까지 모든 지 선택에 달려 있는 것이죠. 너무나도 많은 선택의 순간에 우린 지쳐있는지 모릅니다. 그 선택에 따라 느끼는 감정은 너무나도 크고 깊고 오래가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는 선택지는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최소화하는 것이 덜 스트레스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그리고 이런 트렌드는 패션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더 이상 포멀 착장을 강요하지 않는 기업 문화의 변화는 미니멀리즘이 전파되는데 한몫하였습니다. 너무 편한 옷차림이 아닌 이상 회사에서 입을 수 있는 것의 범위가 넓어졌기에, 미니멀해진 옷장에 옷들로 매일이 반복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선택지 변화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모든 게 편하고 좋아진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패션에서만큼은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은 누군가를 너무나도 단순하고 재미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옷장에서 미니멀리즘이 강해진다면 말입니다.


 계절에 맞는 아이템마다의 소재가 있고 컬러가 있습니다. 적어도 3 컬러 이상은 되어야겠죠. 그 옷 컬러에 맞는 신발도 2켤레 이상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적어도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과 겨울에는 각기 다른 옷이 5벌 이상은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멀하지만 부족함이 많이 없는 수준이랄까요.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의 수준은 거의 애플사의 스티스 잡스 스타일 수준입니다. 거의 매일 같은 옷을 입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제일 잘 맞는 옷을 매일 입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미니멀리즘을 행하는 분들의 특징은 블랙과 화이트, 그레이 3가지 컬러로 옷장을 구성합니다. 소재는 퀄리티가 높은 것보다는 자주 바꿀 수 있는 중저가의 화섬 소재(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의 인위적으로 만든 소재)가 주를 이룹니다. 에코백 혹은 간편한 백이 모든 백을 대신하고, 심플한 구두와 스니커즈가 모든 신발을 대표합니다. 모든 것이 심플해지고 단순해집니다.


 이런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이 우리에게는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이 더 많다고 전 생각합니다. 심플해진 옷만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협소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옷과 패션은 사회성의 하나입니다. 트렌드에 따라 입는 것은 자신의 기준이 없어 보이지만 극도로 단순한 옷차림은 매우 폐쇄적이고 고집스러운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트렌드를 따르는 사람보다 다가가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스티브 잡스처럼 심플한 옷을 입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다만 그들은 자신만의 룰을 정하고 시그니처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그렇지 않습니다. 옷을 통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들고 계절을 이해하고 관계를 이어갑니다. 옷은 사회를 이루는 하나의 툴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아직 그들처럼 하나의 시그니처가 아니라면 굳이 심플한 옷차림으로 남들이 봤을 때 폐쇄적인 사람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나의 패션이 꼭 남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만족이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그전에 어느 정도의 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회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시기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 그걸 TPO라고 우린 부릅니다. 그것에 잘 맞게 입고 다니는 사람을 보통 세련되고 멋지다라고 표현합니다. 슈트가 필요한 자리에 힙한 슈프림 티셔츠를 입고 온다고 환영받지 못하는 것처럼요. 그런 의미에서 자신을 표현하면서 자신을 만족하면서 적당히 나를 둘러싼 곳을 만족시키는 건 어렵지만 필요합니다.


 미니멀리즘이라는 이름 하에 너무 단순해진 옷차림은 결국 우리를 편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사회성 없고 답답한 사람으로 말입니다. 옷장의 옷을 줄이고 선택을 최소화하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시간과 장소 그리고 계절에 맞는 옷을 입는 센스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게 무엇보다 멋진 모습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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