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세차고 왔고 날이 추워진다. 낙엽이 모두 떨어졌다.
긴 만남의 이별은 현실적이지 않다. 내 전화기에 매일 뜨던 이름이 사라질 거라곤 생각치 않았으니까. 달라지는 둘 사이의 감정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거다. 무딘 건지 모르는 척 하고 싶었던 것인지 나는 변화의 곡선을 보지 않았다. 그래서 늦은 것이리라. 그렇게 다가온 갑작스러운 이별은 혼자 남은 시간의 무거움만 가중시켰다. 잔잔하던 물결은 무겁게 몰아치기 시작한다.
감정의 물결은 한참 후에나 찾아 온다. 현실을 느끼는 시점은 홀로 남아있는 칫솔을 버리면서 체감한다. 하나 둘 정리하면서 알게 되는 지난 날은 환상 같이 느껴진다. 지난 세월에 대한 덧없음을, 기억에 대한 왜곡을 하나씩 가져간다. 진짜 있었던 일 같지 않게 빠른 시간이었다.
긴 겨울의 시작점에서 추운 바다를 만났다. 따뜻한 봄이 오기를 기다리진 않는다. 추운 바닷 속에서 물결이 이는 그 속에서 덜 흔들리고 덜 아파하고 덜 추워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