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5_날은 춥고 미세먼지는 여전하고
엄마는 꽃을 좋아한다. 아닌 척 했지만 늘 그래왔다. 왜 사왔냐고 타박하지만 늘 웃으신다. 그래서 가끔 꽃을 사서 드린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하얀 꽃을 (그게 종류가 무엇이든 간에) 이것 저것 모아서 포장해서 퇴근길에 종종 드렸다. 엄마는 소소한 미소를 지었다.
혼자 살게 된 이후로 항상 하는 건 집에 꽃을 사서 현관에 두는 일이었다. 꽃은 참으로 오래가지 못하는 허약한 생물이기에 맘먹고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지 않는 한 일주일을 가지 못했다. 그래도 시간이 날 때마다 꽃을 사서 두었다. 그게 아무 것도 없는 집에 유일한 생명체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아프고 병원을 가고 수술을 받았다. 그 전에 드릴 것이 없어 꽃을 드렸다. 그게 수술을 앞둔 엄마에게 그나마 여타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 좋은 선물이라 생각했다. 수술을 앞둔 3일전 엄마와 나는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가 집에 왔다. 우리는 큰 인생의 변화 앞에서 담담하게 시간을 보냈다.
눈물은 나지 않았다. 아니 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마음 속 깊이 울고 있는 사람은 엄마겠지. 난 그 옆에서 담담하게 괜찮을 거라고 이야기 하는 게 맞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없는 농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편이 우리에겐 맞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현실을 도피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엄마의 수술은 잘 끝났다. 회복도 빠르다. 여러모로 엄마가 고맙다. 내가 언제나 꽃 선물을 줄 수 있고, 그 꽃을 받고 나에게 웃어줄 수 있는 엄마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