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9일 오묘하게 취한 금요일
https://www.youtube.com/watch?v=fMeQlwZ5MMo
직장인으로서 한 주를 마무리한 금요일 밤, 그냥 집에 가기 싫어 회사 근처 순댓국 집에서 소주 하나와 정식 하나를 시켰다. 오늘은 월급날이니까 욕심내서 정식을 시킨다. 몇 개 안 나오는 수육에 소주 몇 잔 털어 넣고 순댓국을 맞이한다. 후루룩. 조용히 고생한 한 주를 집어삼킨다.
순댓국 집 안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시끄러워지는 홍대를 바라본다. 웃음이 가득한 길거리에서 외로워지는 내 마음은 나이를 들어감에 어쩔 수 없는 공허함이라 생각한다. 싫은 것을 체념하고 좋은 것을 마냥 기뻐할 수 없는 나이가 된 것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 나이의 무게라고 믿는다. 겹겹히 쌓여 만든 외로움과 공허함.
가끔은 맛있는 와인보다 조금 쓴 소주가 좋을 때가 있다. 답답한 마음을 무겁게 내리고 싶을 때 말이다. 그때는 맥주도 타지 않고 오로지 소주 하나에 간단한 안주 하나로 위로한다. 그게 지금의 나 혹은 내일의 나 아니면 지금까지의 과거의 나를.
그렇게 위로하면 적어도 오늘 밤 공허한 마음이 조금은 달래진다. 내일 후회할 두통을 가져올지언정.
미래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 원대한 꿈의 나는 무척 세련되고 우아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위로해줘야 한다. 현실적인 위로, 멋지지 않아도 원초적으로 나를 달래줄 무언가 말이다. 그게 소주이든 순댓국이든 상관없다. 서울 하늘 아래 이런 노래에 찢어질 듯 노래 부르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나를 토닥여 줘야 한다. 그래야 내일 또 힘을 낸다. 적어도 살아가는 건 결국 내 몫이니까.
오늘 조금 더 마셔보자. 저 달을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