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ckey Jun 20. 2023

Love In Portofino

2023년 6월 19일 올해 가장 뜨거웠던 날

https://www.youtube.com/watch?v=7-hMXhcc-tA


 무거운 하루의 시작이 가라앉은 월요일 저녁, 와인을 마시며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넋 놓고 바라본다.


 이탈리아의 해변이 나오고 짙게 그을린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각한다. 최근 이직을 하면서 시간이 꽤 남았을 때, 꿈꾸던 이탈리아를 가봤어야 했다고. 패션, 남성복에서 일하면서 이탈리아에 가서 에스프레소 한 잔 해보는 게 나름의 로망이었다. 이탈리아야 말로 영국과 더불어 가장 멋진 남성복을 만드는 곳이니까.


 그리고 그 로망의 중심에는 그녀가 있었다. 수입 브랜드를 바잉 하던 그녀는 이탈리아에 매 시즌 출장을 갔었다. 매번 출장이 진이 빠질 만큼 힘들지만 이탈리아의 맛있는 음식과 와인 그리고 에스프레소에 대해서 정열적으로 이야기할 만큼 그곳을 사랑했다. 덕분에 나는 가보지 않아도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사진을 보면서 상상을 하곤 했다. 그녀가 만들어준 파스타에 와인을 곁들이면 우린 마치 둘만의 이탈리아에 있는 듯했다.


  지금은 혼자 파스타를 만들어 먹으며 (정통 까르보나라를 배웠다.) 와인을 마신다. 가본 적 없는 Portofino 노래를 들으며 그녀를 생각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가 좋아했던 것은 이탈리아가 아니라 이탈리아를 말하는 그녀였다는 것을. 행복해하며 쉼없이 말하는 그녀의 입술을, 환한 표정을, 밝은 생기를 난 사랑했음을.


 가본 적 없지만 가본 것 같은 그곳에 가면, 언젠가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 때의 그녀는 다시 만날 수 없다. 수년 전에 있었던 그때의 이탈리아와 그녀는 이제 없다. 그저 내 기억 속에서만 환하게 웃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술 마실 사람) 누구 없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