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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Nov 26. 2016

슈트와 리조또의 상관 곡선

내겐 슈트와 가장 어울리는 음식, 리조또

 슈트를 입고 있을 땐 어떤 음식을 먹어야 잘 어울릴까. 스테이크, 파스타 같은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것을 대게 선택하게 되는데, 슈트가 서양 복식이라 혹은 중요한 날에 입다 보니 음식도 그에 걸맞게 양식을 선택하거나 특별한 걸 먹으려 하는 것이 보통 우리의 생각이다.


 슈트가 생활화된 나는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다. 구워서 냄새가 배는 고기류 것 외에는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라서, 순댓국이나 회, 분식 등 어떤 것이든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첫 데이트라면 상황이 다르다. 근사한 레스토랑 까진 아니더라도 순댓국 같은 편안한 음식은 첫 만남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조금은 내숭이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필요할 테니까. 그렇다고 잘 먹지 않는 스테이크를 선택하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 면을 돌려가며 소스가 튀기지 않을까 조심하는 파스타도 좋은 선택은 아니다. 고상하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파스타면을 휘젓고 있는 내 모습이란 음식에만 초점을 맞춘 사람 같아 보인다.

출처 : Google

 영화‘그레이트 뷰티’에서 주인공 젭은 근사한 옷차림을 하고 편집장과 나란히 앉아 식은 리조또를 먹는다. 숟가락으로 한입 떠먹고 이야기를 다시 나누고 다시 나눈다. 적당히 차려 입은 (젭은 언제나 옷을 차려 입고 멋지게 입는다.) 그는 한 숟갈 한 숟갈 여유롭게 음식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눈다. 칼질이나 포크로 면을 둘둘 말아도 되지 않아도 되면서 품위 있게 말이다. 리조또를 말이다.

출처 :Google / Great Beauty 중 한 장면

 첫 데이트는 아니지만 ( 첫 만남에서는 어쩐지 술만 마셨다. ) 그녀와 두 번째 데이트에서 리조또를 먹었다. 그녀는 파스타를 먹으면서 분주히 포크로 면을 감았지만 난 천천히 이야기를 하면서 리조또를 커다란 숟가락으로 조금씩 떠먹었다. 맛있고 품위 있고 슈트와 셔츠에도 튀지 않았다. 여유로운 식사가 부드러운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가끔 누군가 나에게 소개팅이나 중요한 식사 자리에서 어떤 걸 먹는 것이 좋겠냐고 물어보면 단연코 리조또를 말한다. 중요 한자리는 보통 양식을 선택하는 것이 많은데, 그럴 땐 여유롭게 먹을 수 있으면서 쌀로 만들어 먹기도 거부감이 없는 리조또를 추천한다. 무엇보다 어딜 가도 양이 생각보다 많다. (쌀이란 게 원래 양이 많은가 보다. 마치 어머니가 주는 고봉밥처럼 말이다.)

 요즘은 혼자 밥을 먹으러 가면 (혼자 곧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신다.) 순댓국보다는 리조또를 먹는다. 많이 무겁지 않으면서 한 끼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것. 오늘 내 슈트와 어울릴 만한 것. 친근하면서도 새로운 리조또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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