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쯤 까르미나 라는 스페인 제화 구두를 한참 사모을 때였습니다. 가격 대비 훌륭한 만듦새가 좋은 이 브랜드에서 첼시 부츠를 처음 만났습니다. 블랙 컬러에 라인이 얄쌍한 모델이었죠.
간긴히 경험해본 첼시부츠는 라스트가 뭉뚝해서 귀여운 느낌이거니 굽이 캐주얼해서 제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까르미나는 얄썅한 라스트에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제게 잘 맞았고 그렇게 첼시 부츠와의 스타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카로운 라스트에 키가 높여주는 첼시 부츠에 매료된 후로 모든 스타일에 부츠를 신습니다. 슈트에 데님 팬츠에 면팬츠에 심지어 여름에도 말이죠. 이 아름다운 마지막 스타일링 아이템을 포기할 수 없었죠. 늘 아쉬웠던 마지막이 첼시 부츠 하나로 완성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도 저는 첼시 부츠를 신었습니다. 불편한 착화감도, 신고 벗는 것의 불편함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제 스타일의 마지막을 근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에게 저마다 맞는 것은 있습니다. 그게 정답이 아니라도 말이죠. 저에겐 첼시 부츠가 모든 것과 잘 맞습니다. 면 팬츠이든 데님 팬츠이든 말이죠. 사람들은 그건 맞는 스타일링이 아니라고 해도 저에겐 맞습니다.
세상에 무조건적인 것은 없고 절대 틀린 것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세상의 중심인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입니다. 그럼 틀린 것도 맞게 되는 철학을 갖게 되는 거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