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는 가장 좋은 것은 구매한 것 그대로 입는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오랜 시간 고민하고 패턴사가 경험으로 축적한 기술로 재단한 옷을 가능한 한 그대로 입는 것이 그 옷이 가진 의도를 명확하게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 몸은 서로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팔이 길고 어떤 사람은 다리가 아쉽게 짧을 수 있습니다. 가장 표준에 맞춘 패턴으로 옷을 기획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표준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모두 맞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수선은 필요합니다. 내 몸에 맞게 입는 옷, 내 몸에 어울리는 실루엣을 만들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의 의도와 패턴사의 기술을 최대한 맞추는 한계 내에서 수선을 통해서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맞춰 나가야 합니다.
물론 모든 옷을 수선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버 사이즈로 입는 맨투맨, 후드와 반팔 티셔츠 그리고 여유 있는 품을 근간으로 입는 오버사이즈 코트는 그 나름의 핏이 재미이고 멋입니다. 또한 기장이 길어 주름이 많이 지는 와이드 팬츠도 그 멋이 나름 다릅니다. 이런 경우는 굳이 수선이 필요 없겠죠.
수선이 필요한 것은 몸에 맞게 입으면 좋을 만한 비즈니스 캐주얼, 클래식, 그리고 깔끔한 스타일입니다. 몸에 잘 맞게 입는 데님 팬츠와 치노 팬츠, 적당한 포멀함을 가질 수 있는 캐주얼 블레이저 그리고 적당히 여유로운 셔츠까지 모두 포함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어떤 수선이 있으면 좋을지 어떻게 기준을 잡고 가면 좋을 지에 대해서 제안드려 봅니다. 적어도 수선비에 옷 값의 3분의 1 정도는 지불했던 저로써 그 기준은 참으로 명확합니다.
가장 수선을 많이 하는 건 역시 팬츠입니다. 어쩜 그리 긴 길이의 팬츠만 나오는지 (저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 ) 매번 기장 수선은 필수입니다. 기장 수선을 하려고 집에서 입어보고 길이를 접어볼 때 우리가 하는 실수는 신발을 신지 않고 한다는 것이죠. 왜냐면 신발을 신으면 내 발등보다 높은 지점이 발생합니다. 팬츠와의 상생은 맨 발이 아니라 구두 혹은 스니커즈와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신발을 신은 상태에서 기장을 잡아보는 게 필요합니다.
또한 계절에 따른 선택도 달라야 합니다. 더운 여름에는 경쾌한 느낌을 위해 좀 더 짧은 기장을 잡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입기 위해 살짝 길게 입어야 합니다. 봄가을에 입는 팬츠는 그 중간 정도가 좋겠고 여름과 겨울에 맞춰진 소재라면 앞서 내용처럼 기장을 잡아주면 좋습니다. 겨울에 깡충한 팬츠 길이는 많이 추워 보일 수 있습니다.
허리 수선을 위해 수선 위치를 잡을 때도 이너를 입고 넣어두고 고민하는 게 좋습니다. 셔츠와 입을 건지 스웨터와 입을 건지 골라 입어보고 실제로 팬츠 안에 넣고 허리 사이즈를 잡아야 합니다. 벨트로 조절할 수 있지만, 팬츠 허리를 벨트로 너무 조이면 주름지는 허리 부분이 좋지 않은 실루엣을 만들 수 있습니다.
*참고할만한 유튜버 '하네어'님의 영상, 첨부해 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6Afx7TWUPo
블레이저는 테일러링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템입니다. 수많은 패턴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아이템이다 보니 옷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때문에 수선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선을 한다는 것은 그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매, 총장 등 길이를 1cm 내외로 줄이거나 늘리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다만 그 이상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총장을 그대로 둔 채 소매만 수선한다면 긴 옷을 입은 느낌이 날 것이며, 전체적으로 모두 길이를 수선하면 본래 가지고 있던 핏과 실루엣이 모두 망가집니다. 그렇기에 블레이저를 수선할 때는 단순히 소매를 줄인다, 총장을 줄인다 라는 1차원적인 접근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을 봐야 합니다. 가슴 포켓, 라펠 위치, 주주머니 위치 등 디테일의 균형을 조절하면서 수선을 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 면에서 블레이저 수선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습니다. 비스포크 (맞춤복)를 경험해 본 수선사라면 더욱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떤 수선을 원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면 솜씨 좋은 수선사는 기존보다 더 완벽한 핏으로 수선해 줄 것입니다.
만약 기본적인 수선이라면 소매 정도가 될 텐데, 그럴 때는 기준을 셔츠로 잡으면 좋습니다. 셔츠를 입고 재킷을 입었을 때 소매 끝에 셔츠 소매가 0.5cm 이상 나오면 좋습니다. 그 정도라면 무난하게 이너와 블레이저 사이의 균형을 맞춘 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외 수선을 원한다면 솜씨 좋은 수선집을 검색해 보심이 좋습니다.
*블레이저 수선에 대한 유튜버 '키 작은 광자'님의 내용 참고해 주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iJOqXmjp8hk
셔츠는 대부분 잘 맞으실 겁니다. 셔츠야말로 패턴으로 입는 옷이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그 평균 안에 대부분 들어오는 체형이죠. 그리고 셔츠 소매를 잠그면 적당히 소매에 안착합니다. 문제는 수입 브랜드 셔츠입니다.
수입 브랜드, 특히 유럽이나 미국 브랜드는 기장이 긴 편입니다. 셔츠 총장이 긴 것은 넣어서 입거나 혹은 기장 자체를 엉덩이까지 줄여서 입으면 되지만 소매는 너무 길면 꼭 나보다 큰 사람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 보일 수 있습니다.
셔츠 소매의 적당 길이는 팔목 끝을 지나 손등을 시작하는 시점이 좋습니다. 살짝 긴 듯한 느낌도 좋습니다만 그 중간 정도가 아무래도 이상적인 밸런스입니다. 셔츠 소매의 길이를 잡을 때는 이 정도에서 맞춰주는 게 좋습니다. 만약 캐주얼한 셔츠라면 조금 더 길게 잡아도 좋습니다. 셔츠 커프스를 접고 다니는 디테일한 스타일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아우터형 셔츠 혹은 봄-초여름에 입는 가벼운 셔츠라면 이런 더 긴소매 기장의 스타일이 잘 어울립니다.
수선은 많은 경험을 통해서 얻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옷을 잘라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칼럼과 다양한 유튜브의 정보를 통해서 하나씩 수선을 경험하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옷을 만들어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멋진 옷은 내 몸에 잘 어울리는 핏과 실루엣의 옷임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