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컬러의 벨벳 디너 재킷을 처음 본 건 고등학생 때 봤던 영화였습니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된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의 다크 네이비 벨벳 디너 재킷은 기억에 선명히 남을 만큼 아름다운 느낌이었습니다. 고등학생으로는 알지도 못하는 디너파티와 치정극의 스토리는 뒤로 하고 오로지 벨벳 디너 재킷의 아름다운 깊이를 기억합니다. 그만큼 깊은 여운을 주었습니다.
패션을 업을 삼고 다양한 포멀 웨어를 입기 시작했지만 벨벳 디너 재킷은 늘 바라만 보는 대상이었습니다. 평상시에 입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파티를 갈 일도, 결혼식에 입기에는 결혼을 하지도 않았거든요. 파티야 많이 가봤지만 벨벳 디너 재킷을 입을 정도로 격식 높은 곳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벨벳은 그저 아름답고 격식 있고 저와는 상관없는 아이템으로 판단하고 구매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샌가부터 눈에 밟히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였을 겁니다. 포멀 웨어를 사랑하고 삶에 온전히 가득 채운 저에게 가장 정점에 있는 아이템이 벨벳 디너 재킷이기 때문이죠. 슈트로 멋진 포멀웨어의 삶을 살아온 저에게 가장 정점의 아이템은 호기심을 넘어서 욕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욕망은 소유에 대한 욕구로 이어지고 마침내 제게 오게 되었습니다.
비록 관리가 어렵고 스타일링하기 쉽지 않으며 입고 갈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라 쉽게 입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벨벳 디너 재킷이 저를 얼마나 멋지게 만들어주는지는 거실 거울 앞에서도 충분히 느낍니다. 입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건 오래도록 기억했던 선명한 아름다움이 현실로 왔기 때문이겠죠.
좋은 신발이 좋은 곳을 데려다준다고 하듯이, 벨벳 디너 재킷이 저를 중요하고 멋진 장소와 사람들에게 안내해 줄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