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그랜트의 여유로운 봄 스타일
봄은 늘 새롭습니다. 늘 돌아오는 계절의 하나지만, 겨울 내내 가두어 두었던 몸과 마음을 여는 느낌이 듭니다. 그 느낌은 늘 새롭고 또 기분이 좋습니다. 파란 하늘과 살짝 차갑지만 따뜻해지만 바람을 느끼며 새로운 봄을 만끽합니다.
생글한 마음으로 봄을 맞이할 때면 옷부터 달라집니다. 가볍고 밝은 컬러에 살짝 엉성하게 풀어 입은 셔츠, 어깨에 둘러맨 카디건, 살짝 깡충하게 올라간 기장의 아이보리 컬러 면 팬츠까지 봄을 기다린 스타일은 많습니다.
봄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입기 위해선 글쎄요, 아무래도 좋은 예시가 있으면 좋습니다. 낭만적인 봄을 잘 표현하는 스타일을 담은 영화를 보면 곧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드니까요. 특히 봄 남성 패션은 밝은 햇살 속에 주인공의 모습에서 따라 하고 싶은 요소가 많습니다. 아주 어렵지도 않습니다. 조금의 용기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노팅 힐'을 추천합니다. 소박하지만 편안하면서 캐주얼한 스타일로 남성의 멋을 만든 휴 그랜트의 스타일, 따라 하고 싶을 만큼 멋집니다.
휴 그랜트의 스타일은 그야말로 꾸미지 않는 듯한 꾸민 모습의 정석입니다. 여유로운 핏 (오버 사이즈는 아닌)의 셔츠를 2개 정도 단추를 풀고 소매를 걷어 올린 모습은 여유로운 캐주얼한 스타일을 멋지게 표현합니다. 컬러도 블루, 화이트, 핑크를 구분 없이 입습니다. 셔츠를 살짝만 풀어 입어도 봄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여유롭고 부드러운 스타일이 완성됩니다. 거기에 휴 그랜트의 여유로운 미소도 함께 해야 합니다.
휴 그랜트가 입은 셔츠는 '옥스퍼드 소재'의 셔츠입니다. 캐주얼과 포멀 사이에 있는 옥스퍼드 소재는 단단한 소재의 캐주얼하지만 다양한 포멀 브랜드에서 사용합니다. 폴로 랄프 로렌에서 매 시즌 시그니처로 활용하는 이 소재는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하나 장만해 두면 데님과 면 팬츠, 슬랙스에도 입을 수 있는 만능의 소재입니다.
가능한 한 여유로운 핏을 구매하는 걸 추천합니다. 살짝 어깨가 넘어도 됩니다. 딱 맞는 사이즈보다는 한 치수 큰 것을 구매해서 소매 단추를 잠그지 않고 입어보면, 그 여유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될 겁니다. 아 물론, 너무 느끼하지 않게 적당한 풀어헤침을 유지해야 합니다.
휴 그랜트가 입고 나오는 블레이저는 (명확히는 스포츠 코트) 투박합니다. 고급스러운 소재이거나 남다른 핏이 아닌 우리가 알고 있는 살짝 투박한 멋이 있는 블레이저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블레이저가 적당한 멋을 만들어주는 키가 됩니다. 그저 슬쩍 걸쳐주는 것만으로도 스타일이 완성되는 이 블레이저는 몸에 딱 맞기보다는 어깨와 소매 정도만 어느 정도 핏을 맞추면 완성되는 스타일입니다. 정확하게 딱 맞는 스타일은 멋지지만 다소 완벽에 가까운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여유로운 핏은 적당히 풀어헤친 옥스퍼드 셔츠와 함께 부담스럽지 않은 포멀함을 보여줍니다.
봄이지만 밤은 춥습니다. 그런 날 입기에 가장 좋습니다. 저녁 데이트가 있는 날, 옥스퍼드 셔츠 위에 투박한 블레이저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부담스럽지 않은 근사함이 됩니다. 그 자연스러운 스타일에 행거치프는 굳이 필요 없겠습니다.
참 별 것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이 적당히 레귤러 한 핏의 팬츠가 의도하기 어렵습니다. 일자로 뚝 떨어지는 핏에 살짝 주름지게 완성된 기장은 편안한 매력을 보여줍니다. 허리에 맞춰 벨트를 하고 입은 팬츠는 적당한 포멀 한 느낌도 동시에 가집니다. 바지를 고정하기 위함도 있지만, 벨트가 주는 포멀함을 같이 가지면서 팬츠가 너무 캐주얼하게 보이는 모습을 제어했습니다. 옥스퍼드 셔츠, 블레이저와 함께 입다 보니 어느 정도의 포멀함을 가지는 것이 어울리는 아이템 합이 됩니다.
이런 핏을 '레귤러 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슬림, 테이퍼드와 와이드 사이의 적당한 핏을 의미합니다. 즉 너무 달라붙지 않으면서 또 적당한 라인을 유지합니다. 레귤러 핏 팬츠는 입는 사람의 나이와 상관없이 언제든 입기 좋고, 시대의 트렌드와 상관없이 입어도 무방합니다. 그렇기에 오래 전의 영화인 노팅 힐을 보고도 우린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것입니다. 과거의 매력적인 스타일은 지금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클래식한 모습입니다.
따뜻한 바람이 느껴질 때가 되면 늘 노팅 힐을 봅니다. 애틋한 사랑의 이야기도 좋고 조연 배우들의 즐거운 대사도 좋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것은 휴 그랜트의 여유로운 스타일과 웃음입니다. 이 봄에는 옥스 포드 셔츠를 꺼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