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 손목에 있던 시계를 보며 언젠가 어른이 되면 차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시계는 '까르띠에 탱크 솔로' 그때나 지금이나 언제나 클래식이고 틀림없는 정답이죠. 34살의 생일날, 나에게 주는 선물로 손목에 탱크 솔로를 차던 날 우아한 매력이 가득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이후 늘 언제나 어디서나 탱크 솔로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더 캐주얼한 시계가 생각나곤 합니다. 탱크가 캐주얼에도 잘 어울립니다만, 우아하게 정제된 느낌이 캐주얼 스타일을 더 재밌게 만들어주기는 어렵거든요. 그래서 경쾌하고 명확한 캐주얼 스타일의 시계가 생각납니다. 경쾌한 다이얼과 시원한 스틸 소재가 매력적인 시계, '롤렉스'입니다.
왜 롤렉스냐고 묻는다면 명확합니다. 롤렉스의 간결하면서 명확한 디자인과 적당히 캐주얼하면서 그 선을 지키는 우아함 때문입니다. 롤렉스가 가진 브랜드의 스토리 또한 좋습니다. 롤렉스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믿게 되는 내구성과 가치는 명품이라는 것이 단순히 값이 높아서가 아닌, 긴 시간의 업력과 브랜드력에서 오는 산물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제가 언급하는 롤렉스의 매력은 '빈티지'에 한해서입니다. 즉 지금 매장에 걸려있는 롤렉스가 아닌 저보다 먼저 태어났거나 비슷한 나이를 가진 롤렉스입니다.
빈티지 롤렉스, 그중에서도 '오이스터' 모델은 간결하면서 명확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라인입니다. 크기는 보통 34~36mm 정도이며 간결한 다이얼 디자인을 가졌습니다. 아이보리와 크림색 바탕의 다이얼이 특히 매력적입니다. 이 매력적인 아이템은 특히 1960년대부터 1980년대 모델에 많은 편이며, 빈티지 시장에 다양하게 보입니다.
미색의 다이얼을 가진 오이스터 모델은 스틸 밴드여도 충분히 우아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디자인이 간결하기에 슈트가 아니더라도 포멀 한 스타일에 잘 어울립니다. 특히 블레이저에 옥스퍼드 셔츠, 그리고 낙낙한 치노 팬츠를 입는 다면 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립니다. 심지어 저는 벌써 빈티지 롤렉스를 구매하면 어떻게 입고 시계를 차게 될지 생각해 두었습니다. 빈티지 롤렉스의 매력은 말끔한 캐주얼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입니다.
빈티지 롤렉스의 매력은 과하지 않음에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에 과하지 않은 디자인, 충실한 내구성을 갖춘 빈티지 롤렉스는 지금이 아닌 20~30년 후에 봐도 멋진 아이템입니다. 그렇기에 다른 시계 브랜드보다 롤렉스의 빈티지를 찾는 사람이 많은 건 확실하겠죠. 빈티지를 찾는 건 롤렉스와 까르띠에, 이 2가지 브랜드가 가장 인기라는 점에서 클래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와 별개로 현재의 롤렉스가 가지는 이미지는 가끔 과한 '럭셔리'와 '투기'라는 점이 있습니다. 시계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않고 오로지 롤렉스라는 이름만으로 부를 과시하거나 돈벌이를 위한 리셀러들의 수단에 그치는 것뿐입니다. 과를 부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는 롤렉스를 얼마에 구매했느냐가 중요하고, 리셀러들에게는 현재 시세보다 얼마나 더 판매할 수 있는 지를 보는 겁니다. 패션, 매력이 아니라 그저 수단에 불과해진 것뿐입니다. 소수의 사람들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봤을 때 롤렉스라는 이미지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면 현재의 롤렉스를 대하는 그들의 마음은 늘 아쉽습니다.
물론 빈티지 롤렉스가 가지는 매력이 단순히 현재의 시계보다 값어치가 더 저렴하거나 구하기 쉽다는 게 아닙니다. 과거의 롤렉스가 가진 매력은 지금과 다르게 우아하고 포멀 한 매력을 한층 갖고 있습니다. 간결하게 표현된 다이얼 속에서 카디건과 옥스퍼드 셔츠 속에 롤렉스를 상상하게 됩니다.
저는 늘 소망합니다. 빈티지 롤렉스, 오이스터 라인의 34mm 크기의 모델을요. 제 스타일의 캐주얼을 완성시켜 줄 빈티지 롤렉스, 곧 만나게 되길 바라봅니다. 그때가 되면 은은하게 손목을 빛내 줄 탱크와의 다른 매력을 한껏 표현해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 내용은 방송인 송은이씨가 자신의 출생연도와 동일한 빈티지 롤렉스를 구매하는 영상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qixReWqd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