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여름이 느껴지는 주말 오후, 화창한 날씨에 살짝 더운 공기를 느끼며 경복궁을 갔습니다. 주말 겸 전시와 여러 샵을 방문해 볼 생각으로 말이죠. 싱그러운 날씨 덕분인지 그날은 슈트 말고 고급스럽고 밝은 옷을 입고 싶었습니다.
밝은 컬러의 스타일링에는 팬츠가 화사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팬츠가 화사하면 다른 아이템들은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니까요. 그런데 이런 화창한 봄날에 입는 화사한 팬츠는 울 트라우저가 아닌 살짝 여유로운 치노 팬츠가 더 어울립니다. 여유로운 무드가 훨씬 잘 맞으니까요.
여유로운 치노 팬츠라는 단어는 2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핏이 살짝 여유로울 것, 그리고 소재가 부드러워 편하게 착용하기 좋을 것. 이 2가지 기준은 치노 팬츠를 고를 때 가장 정답에 가까운 요소입니다. 요즘 트렌드가 어떤 것이 있고, 스타일은 어떤 걸 해야 하는지에 전혀 구애받지 않을 베이식이거든요. 지금 같은 날씨에는 그런 트렌드에는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툭 입고 싶은 게 바로 '여유로운 치노 팬츠'입니다.
이 멋진 치노 팬츠를 만나는 방법은 온라인도 있지만 역시 오프라인 매장이 적격입니다. 하나하나 팬츠를 만져보면서 터치를 느끼고, 입어보면서 핏을 판단하고, 점원과 이야기하면서 어떤 핏인지 어떤 상품인지를 판단해 나갑니다. 멋진 치노 팬츠를 만나기 위해선 온라인에서의 편안함과 빠름보다는 오프라인에서의 여유를 가지고 경험해 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에게 치노 팬츠를 구매하고 싶다고 말한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추천합니다. 꼭 그곳에서 구매할 필요는 없더라고 경험을 해보라고 권유합니다. 멋진 팬츠를 만나는 건 클릭이 아닌 직접 입어보고 만져보고 논의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느리지만 여유로운 브랜드 2가지가 있습니다. 팬츠라면 가히 멋진 브랜드, 이미 전에도 추천을 했지만 여전히 매장에 가서 다시 한번 멋지다고 최근에 다시 느끼게 된 브랜드입니다.
- 라이즈 앤 빌로우
국내 브랜드이며 팬츠로 시작한 곳입니다. 소위 팬츠에 진심인 브랜드이죠. 특히 치노 팬츠에 들어가는 부자재, 사용하는 소재, 생산 퀄리티를 보면 10만 원 중반대의 가격이 다소 낮은 게 아닌가라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매우 단단하고 잘 만들어진, 그래서 하나하나 모든 상품을 두루두루 봐야 할 브랜드입니다.
지금은 치노 팬츠 외에도 여러 아이템을 만들긴 하지만, 역시 치노 팬츠에 대한 깊이는 남다릅니다. 그중 가먼트 워싱을 한 팬츠는 소재가 부드러워지면서 적당히 워싱된 표면의 소재가 멋스럽습니다. 이 근사한 치노 팬츠는 주말 말고 주중에도 입어도 좋습니다. 옥스퍼드 셔츠와 함께라면 캐주얼한 출근 룩이 될 것이며, 니트와 함께라면 주말에 놀러 가기에 좋습니다.
라이즈 앤 빌로우의 핏은 보통 4가지 정도로 구분되는데, 그중 '302 테이퍼드 핏'을 추천합니다. 너무 타이트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와이드 하지 않은 이 핏은 주중과 주말, 셔츠와 니트 어느 아이템과 장소에 잘 어울립니다. 더 슬림한 라인이 되면 차려입은 느낌이고 더 와이드 하면 캐주얼해지는데 이 중간 지점에 있는 핏입니다. 여유로운 치노 팬츠란 바로 이런 적당한 여유와 긴장감을 가진 핏입니다.
- 인코텍스 (Incotex)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시작된 인코텍스 브랜드는 수준 높은 소재와 부자재 퀄리티, 탄탄한 소재, 화사하고 다양한 컬러 계열, 그리고 완성도 높은 봉제로 유명합니다. 가격대는 앞선 라이즈 앤 빌로우보다 높지만 그만큼 가격값을 한다고 생각이 드는 브랜드입니다. 팬츠만 70년 이상 만든 오래된 브랜드이기에 그 노하우에 있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그중 트리코치노 라인은 가먼트 다잉 기법을 활용한 팬츠 아이템을 다룹니다. 가먼트 워싱을 다루는 브랜드와 회사는 많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드뭅니다. 스톤 아일랜드와 시피 컴퍼니가 여전히 잘 되는 것은 디자인의 특출함이 있지만 그 바탕에는 가먼트 워싱 기법에 대한 전문화된 완성기법이 있기 때문인 것처럼요.
다만 인코텍스의 팬츠를 수입하는 국내 편집샵 중 대부분은 슬림한 라인을 가져오기에 꼭 매장에서 입어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탈리아 클래식 캐주얼이라는 점에서 레귤러보다는 슬림, 테이퍼드 핏을 지향하다 보니 여유로운 핏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매장에서 입어보면서 경험해봐야 한다고 했던 이야기, 이해가 되셨을 겁니다.
곧 여름이 오겠지만, 얼마 안 되는 기분 좋은 봄을 느끼기에 치노 팬츠만 한 게 없습니다. 그리고 여유로운 핏에서 또 여유로운 주말을 잔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돌아오는 주말에 멋진 치노 팬츠 만나러 가보시는 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