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이유
벚꽃이 만개한 도쿄를 방문했습니다. 서울보다 아직 조금은 더 쌀쌀했던 도쿄는 2년 만에 방문했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절 반겨주었습니다. 만개한 꽃 사이에서 아침에 달리기를 하고 낮에는 여러 옷과 도서를 뒤적거렸고 저녁에는 친구와 술 한잔을 즐겼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 도쿄에서 사람에 치이는 그 불편함마저도 재밌게 경험했습니다.
도쿄에서는 늘 넥타이를 구매합니다. 이번에는 매번 방문하는 편집샵 중 하나인 'Tomorrowland(투모로우랜드)'라는 곳에서 탱글하고 실키한 소재에 그레이 컬러 타이를 구매했습니다. 2만 5천엔 (한화 약 23만 원) 정도의 고가이지만 국내에서는 만나볼 수 없는 남다른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입니다. 앞으로 오랫동안 멋진 비즈니스 파트너가 될 녀석입니다.
해외에 나가서 구매하는 아이템 중 포멀 액세서리를 꼭 둘러보고 구매합니다. 타이, 커프스링크, 타이핀, 행거치프, 양말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스몰 아이템입니다. 스타일의 마지막을 완성시키는 아이템으로 양말을 제외하고는 관리를 잘한다면 10년 넘게 쓸 수 있는 아이템들이죠. 오히려 슈트, 재킷, 팬츠보다 더 많이 알아보고 구매하는 편인데, 이유는 바로 국내와는 다른 그 도시, 국가의 취향이 잔뜩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포멀 스타일은 한국보다 깊고 조금 더 현란한 느낌이 있습니다. 한국 포멀 패션이 말끔하다면 일본 포멀 패션은 화려한 편입니다. 소재의 컬러 다양성, 실키한 소재를 다양하게 적용하는 등 리치하고 화려한 느낌입니다. 이탈리아 클래식에 많은 영향을 받은 일본이지만, 과거 버블 경제 시대의 영광을 여전히 갖고 있는 듯한 화려함입니다. 그리고 이런 화려함은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일본 포멀 스타일의 화려함은 어느 정도 패션, 특히 클래식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그다음에 경험하게 되는 깊은 부분입니다. 어떤 사람은 영국의 단단하고 딱딱한 클래식을, 어떤 사람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이탈리아의 클래식을, 또 어떤 사람은 실용적이면서 여유로운 미국 클래식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저는 일본의 80년대 영광의 시대의 화려함이 가득 묻은 화려한 클래식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이 표현력은 포멀 액세서리에서 돋보입니다.
저의 포멀 스타일은 현대적이면서 심플한 것이지만 (쉽게 말해 톰 포드 같은 영국식 포멀 디자인에 컬러는 블랙, 그레이. 화이트만 사용하는 한정적인 스타일), 이 단순함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은 포멀 액세서리를 통한 것이고 이는 일본 스타일의 화려함을 가져오게 된 이유입니다. 물론 이탈리아 클래식 또한 화려함에 있어서는 매우 강력하지만, 낭만의 80-90년대의 느낌을 가져오기에는 일본 클래식이 가장 적절한 기준이 됩니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쇼핑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현지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직 온라인과는 연결되지 않는 그 나라만의 패션이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것은 하이엔드, 명품 혹은 유명한 캐주얼과 SPA 같은 브랜드뿐입니다. 그 나라에서만 대부분 소비되는 브랜드는 아직 우리와는 접점이 없는 편이죠. 그렇기에 어딘가 여행을 갔을 때, 그 나라의 패션 아이템을 구매하는 심리는 여행의 좋은 기억과 더불어 결국 거기서만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포멀 액세서리가 아니더라도 그 지역, 나라에만 있는 패션이 있습니다. 여행을 가게 된다면 쇼핑몰, 백화점, 그리고 시장을 한번 둘러보면서 패션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카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패션도 구경하시고요. 우리랑은 다른 매력이 느껴진다면 그 아이템을 한번 구경하고 구매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름의 근사한 인터내셔널 패션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