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근사한 스타일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입을 수 있는 옷은 한정적이고 시간이 지나면 땀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액세서리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습니다. 스타일이 단순해질수록, 입는 옷이 적어질수록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은 기본에 있습니다.
여러분은 옷을, 스타일을 완성 짓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어느 것 하나가 절대적인 요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소재'는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 됩니다. 소재가 가진 아름다움은 스타일은 물론 사람의 아우라를 만드는 힘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일수록 소재에 집중합니다. 소재가 가진 발색, 드레이프, 표면의 텍스쳐는 스타일을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근사한 스타일은 소재에서 온다는데, 그럼 천연 소재와 합성 소재는 왜 차이가 날까요? 천연 소재를 모방하는 것이 합성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실크를 모방해서 만드는 비스코스, 울을 모방 해서 만드는 폴리에스테르 소재처럼 합성 소재는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천연 소재에 대한 대체제에 불과합니다. 물론 낙하산에 사용했던 나일론 소재가 의류로 사용되는 것은 천연 소재와는 다른 매력의 이유겠지만 말입니다.
또한 합성 소재는 인류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습니다. 청량한 여름을 나기 위해 쿨터치 소재를 만든다던가, 따뜻한 겨울을 위해 발열 안감을 만드는 등 생활의 개선이 목적이지만 거기에 아름다움은 조금 덜한 편입니다. 천연 소재는 각각이 가진 매력이 다른 개성을 가졌습니다.
그렇다면 천연 소재만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여름에 맞는 천연 소재를 설명드려 봅니다. 아직 여름 한창이니까요.
- '천연 소재'가 가진 부드러움과 힘
사람이 입는 옷은 '천연 소재'가 가장 좋습니다. 사람의 피부에 닿는 품질의 면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자연 소재가 주는 고급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은 그 어떤 것도 능가하기 어렵습니다. 소모와 실크 소재가 만드는 아름다운 드레이프와 실루엣, 리넨과 면이 그려내는 단단하고 거칠면서 진한 컬러 매력, 캐시미어와 방모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고급스러움, 이 모든 것은 오로지 '자연 소재'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리 합성 섬유가 좋다 한들 결국 자연 소재를 일부 대체하는 대체제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자연 소재의 매력은 대체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고급스럽고 멋진 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면 자연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첫 번째 조건입니다. 지금 같은 여름은 '면'이나 '리넨'만으로 만들어진 셔츠와 팬츠가 자연스러운 주름과 선명한 발색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시기입니다. 적은 아이템으로 스타일링을 해야 하는 여름에 소재의 선택은 스타일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입니다.
무엇보다도 옷을 오랫동안 입을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것인 천연 소재입니다. 어떤 옷도 영원할 수 없습니다. 옷은 소모품이고 결국 언젠가는 버려지게 되어있습니다. 다만 얼마나 잘 공들여 깔끔하게 입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수명이 결정됩니다. 천연 소재는 관리만 잘한다면 꽤 오랜 기간 입을 수 있는데, 이는 우리가 흔히 구입하는 빈티지에 천연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많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천연 소재는 시간이 흐르고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빈티지한 느낌이 각기 달라집니다. 구두와 가죽 재킷처럼 '가죽'으로 만들어지는 옷이 시간이 지날수록 달라지는 것처럼 소재도 미묘한 변화를 가집니다. 특히 천연 소재를 워싱한 옷은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달라지게 됩니다. 그 매력이 각기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천연 소재의 힘입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 면 트렌치코트, 블루 워싱 리넨 셔츠, 베이지 면 치노 팬츠 등의 아이템은 천연 소재만이 표현할 수 있는 나만의 커스텀이 되는 것입니다.
- 시절에 맞는 소재를 고르는 것, 컬러까지 그 제철의 멋을 표현합니다.
그럼 시기에 맞는 소재를 고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름을 이어서 풀어나가보자면, 더운 여름일수록 소재 짜임이 성글고 통기성이 좋아 보이는 것이 좋습니다. 리넨(마) 소재는 짜임이 성글어서 바람이 잘 통하는 '통기성'이 좋습니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보이는 소재의 느낌 또한 시원해 보이는 느낌까지 있습니다. 면 중에서 가장 얇은 소재에 속하는 '아사면'은 더위에 입을 수 있도록 얇고 가벼운 것이 특징인데 겉으로도 시원한 텍스쳐가 느껴집니다. 아사면 소재는 여름에 셔츠로 다양하게 쓰이는데, 특히 선명한 발색이 매력적이라 체크 패턴으로 다양하게 출시됩니다. 시원한 느낌마저 드는 순백색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매력이 있으면서도 오렌지 컬러와 블루 컬러가 오묘하게 섞인 시원한 마드라스 체크 컬러도 아사면은 멋지게 표현합니다.
리넨 소재는 원색 컬러를 표현하는데 탁월합니다. 리넨 소재로 된 셔츠가 원색으로 많이 출시되는 것은 그만큼 리넨이 가지고 있는 발색력이 다른 소재보다 남다르게 명쾌하고 시원하기 때문입니다. 리넨 소재 컬러가 어두울수록 도시의 밤과 어울리는 세련된 느낌을 표현하고, 밝을수록 여름 낮의 한적한 고요함을 표현합니다. 특히 원색의 경우 쿠바를 떠올리게끔 하는 강렬함과 뜨거운 태양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사면과는 또 다른 매력이 리넨에게 있습니다.
겨울에 입는 캐시미어와 방모 소재 또한 겨울과 어울리는 따뜻한 컬러와 단단한 텍스쳐가 매력입니다. 겨울이 어울리는 소재는 다음 편에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옷을 구매할까, 어떤 스타일이 좋을까 고민하고 있으시다면 '천연 소재'를 가장 먼저 조건에 넣어주시길 바랍니다. 울 100%의 반팔 화이트 니트가 태양이 가득히 쏟아지는 여름 바다 앞에서 바캉스 룩을 만들어주고, 단단하게 주름잡은 면 치노 팬츠가 담백한 평일 날의 스타일을 만들어 줍니다. 천연 소재가 가진 힘,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