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바람이 조금은 시원해진 요즘, 긴 팬츠를 입습니다. 짙은 밤바다 같은 네이비 컬러에 부드러운 크림 컬러 재킷과 니트를 걸치면 자연스레 신발은 하나를 떠올립니다. 밝고 빛나지만 소란스럽지 않은 소박한 화려함, 화이트 페니 로퍼입니다.
화이트 컬러가 가진 밝음과 부드러움은 보통의 어두운 신발에서는 찾기 어려운 매력입니다. 단단하고 강인한 블랙과 정갈하며 포용력이 넓은 브라운 컬러와는 다른 우아한 매력입니다. 눈이 부실 정도가 아닌 조금은 잔잔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오프 화이트가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크림을 떠올려는 것도 좋습니다.
컬러와 어울릴 수 있게끔 가죽은 오돌토돌한 표면이 특징인 ‘그레인 레더’가 좋습니다. 그레인레더는 가죽의 표면에 가공을 하지 않고, 원래의 가죽의 무늬와 질감을 그대로 살린 가죽입니다. 따라서, 가죽의 표면에 잔주름이나 굴곡이 있어 약간 오돌토돌한 느낌이 듭니다. 내구성이 좋으며 가죽의 질감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데 이 표면의 느낌으로 인해 캐주얼한 매력이 강조됩니다. 소프트 가죽의 부드러운 표면이 깔끔한 스타일을 만드는데 잘 어울리지만, 오프 화이트 컬러가 가진 화려함을 담백하고 만들어 주기에는 그레인 레더가 더 좋은 선택지가 됩니다.
화이트 페니 로퍼는 발등이 낮고 높지 않은 굽이 특징입니다. 가볍고 캐주얼한 스타일이죠. 같이 입는 스타일이 타이까지 착용하는 풀-포멀만 아니라면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립니다. 가장 추천하는 아이템은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던 브라운 팬츠와 화이트 셔츠, 그리고 아이보리 블레이저입니다. 소박한 화려함을 가진 화이트 페니 로퍼와 난색 계열의 고급스러운 컬러 아이템이 한데 어우러져 부드럽고 따뜻한 오후 햇살처럼 근사한 조합이 될 겁니다.
양말 없이 신는 화이트 페니 로퍼에 리넨 팬츠와 반팔 니트만 입어도 당장의 여름을 꽤 근사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당장의 더위가 가시기 전에 이 멋진 아이템 한번 찾아보는 것,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