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폭염에 외출이 어려울 때는 시원한 집에서 인터넷 쇼핑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습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인터넷으로 여러 온라인 매장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재밌는 것들을 구경 다니는 것이죠. 그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건 '빈티지 쇼핑'입니다.
*빈티지 문화와 관련된 내용은 이전 글 (https://brunch.co.kr/@mickeyna/263 )에서 다루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빈티지라고 그저 옛날 옷이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찾는 빈티지는 명확한데요, 우선 세컨드 핸드로 분류되는 최근의 옷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최근이라 해봤자 2010년 정도를 의미합니다. 아주 멀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깝지도 않은 10년 정도의 차이입니다. 이 정도 시기라면 잘 관리된 옷은 문제없이 입을 수 있습니다. 또한 그 정도의 시기에 출시된 옷이 여전히 입기 좋은 스타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0년대까지의 옷들은 퀄리티의 수준이 높았습니다. 2000년대를 넘어서서 글로벌 브랜드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베트남, 미얀마 등으로 진출하였는데, 제가 찾아보는 브랜드는 동남아시아 소싱 진출이 거의 10년 정도 뒤이기 때문에 2010년까지는 메이드 인 이탈리아 등의 수준 높은 봉제 공장에서 생산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2010년 정도에 중국 봉제도 꽤 높은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빈티지로 만날 수 있는 브랜드 중 스타일의 변화가 적고 클래식하게 오래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찾아보는 게 재밌습니다. 변화가 크지 않은 클래식이지만 10년 전에는 어떤 소재, 컬러, 핏이 유행을 했고 어떻게 표현되었는 지를 보는 나름의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지금 입어도 이상하진 않지만 조금 더 클래식한 느낌을 가질 수 있기에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도 나름의 선정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찾아보는 아이템 중에 최근 눈에 띄는 것은 아래와 같은 것입니다.
'라르디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클래식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수준 높은 퀄리티에 아름다운 색감, 몸을 편안하게 휘감는 핏과 실루엣에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라워 문양은 그들의 위트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디테일입니다. 과거 명품 브랜드를 생산하다가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진출하게 된 라르디니는 늘 멋진 컬렉션을 보여주는 브랜드입니다.
라르디니를 빈티지로 만나면 꽤 재미있습니다. 과거의 라르디니는 현재보다 훨씬 클래식에 가까운 컬렉션을 구성했고 기본에 가까운 옷들만 구성했었습니다. 현재는 더 모던하고 비즈니스 캐주얼에 맞춰져 있다면, 과거 (먼 과거가 아닌!)의 라르디니는 클래식을 최우선으로 두어 소재와 컬러, 그리고 핏을 제안하는 컬렉션을 제안했었습니다.
라르디니의 빈티지는 올 굵은 리넨 소재로 고급스러운 소재입니다. 소재만으로도 높은 판매가가 매겨지는 이 상품은 빈티지라서 만날 수 있는 접근성이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굵은 실의 리넨 소재는 고급스러운 발색력과 수준 높은 소재 표면감, 그리고 가벼운 무게감은 소재가 가지는 높은 퀄리티가 어떤 것인지를 경험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비밀스러운 매력을 알려줍니다.
게다가 컬러가 가지는 은은한 매력은 과거는 물론 지금, 그리고 미래에 입어도 전혀 어색하고 이상할 일 없는 부드러운 럭셔리를 표방합니다. 영원하게 유지되는 매력적인 컬러는 언제 입어도 기본 이상을 할 좋은 아이템의 중요한 기준이 되죠. 이 아이템이 가진 은은한 브라운 컬러는 10년 뒤에 봐도 매력적일 것입니다.
빈티지의 매력은 이렇게 좋은 상품을 찾아다니는 재미입니다. 허탕 칠 수도 있지만 가끔은 이렇게 나에게 꼭 맞는 아이템을 찾을 수도 있죠. 강태공이 대어를 낚듯이, 저는 가장 멋진 아이템을 찾아다닙니다. 만약 찾으면 기쁜 마음에 카드부터 꺼내면서 가격을 보며 고민하겠지만요. 이번 여름,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의 밤을 맥주 한잔 하시면서 멋진 빈티지를 찾아 떠나는 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