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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Jun 18. 2017

쇼핑을 완벽하게 즐기는 방법, 내 머릿속에 옷장

무엇보다 계획적이고 치밀해야 하는 순간, 옷장을 기억하자

 여유로운 주말, 특별한 일이 없어 한산한 백화점에 간다. 그렇게 간 매장에서 으레 티셔츠 한 두벌쯤은 구매하는 것이 요즘 쇼핑이다. 무엇인가를 구매하겠다는 목적의식이 없으면 가벼운 가격의 상품은 쉽게 충동 구매가 된다. 하지만 한 둘이 모이면 꽤 큰돈이 되고, 막상 다음에 입을 일이 없기도 하다. 특히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따위는 말이다.


 그렇다고 매번 쇼핑을 계획적으로 할 수는 없다. 삶이 그렇게 퍽퍽해서 원, 주말마저도 혹은 그 정도 가격마저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것을 제하는 것은 스스로 너무 가둬두는 건 아닐까. 안 그래도 힘든 삶인데 말이다.

 두 가지 모두 틀린 말이 아니기에 고민은 쉬이 끝나지 않는다. 지난주에 절제를 했다면 이번 주에는 가두지 않고 구매하게 해주는 식의 격주 차이로 스스로를 혼내고 다독이는 시간이 1여 년쯤 지났을 때, 옷장에는 입지도 않는 캐릭터 티셔츠와 질 나쁜 팬츠가 가득 쌓여있었다. 차라리 그 돈을 모아 좋은 슈트를 샀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언제나 생각뿐이다.

출처 : MBC 라디오스타 중

 안 좋은 습관은 생각 외로 단순한 방법으로 해결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최근 6개월 전에 독립을 하면서 방 2칸 집으로 이사를 왔다. 작은 방에 행거를 설치하고 옷을 정리하면서 머릿속에는 옷장 속에 무엇이 있고 최근에는 어떤 것이 들어왔는가에 대해 기억하게 되었다. 모든 옷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옷이 많던 적던 사람은 대체로 입는 옷만 입는다. 그런 이유는 옷을 제한적으로 걸어둘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보이는 것을 대체로 입기 때문이다. 혼자 살게 되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모든 옷을 꺼내놓고 보고 있으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기억이 넓어진다. 그러니 혹시 가지고 있는 것을 기억하고 싶다면 최대한 옷을 꺼내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된다. 물론 위치는 많이 차지하지만 말이다.


 어느 날 매장에 갔는데 셔츠 하나를 보고 구매를 고민했다. 화이트 와이드 카라 (셔츠 칼라가 양쪽으로 넓게 디자인되어 클래식하고 포멀 한 느낌이 강하다.) 를보고 잠깐 고민하던 찰나,

출처 : Google / 번뜩

    머릿속에는 옷장이 그림처럼 떠올랐다.


 셔츠를 걸어 놓은 곳에 화이트 컬러는 와이드 카라 디자인이 2개 정도 있던 기억. 1년 정도 지나 색이 바래면 그때 구매해야겠다 생각하고 셔츠를 놓았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매장을 나와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가만 생각해보았다. 화이트 셔츠는 사고 또 사두어도 언젠가 입을 일이 있는 기본 아이템이다. 그렇기에 여러 벌 가지고 있는 것이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가지고 있는 걸 또 사는 건 아무래도 낭비에 가깝다. 화이트 셔츠를 구매해놓고 1년 넘게 입지 않으면 그 또한 색이 바랠 수도 있다.


 내 옷장에 어떤 것이 있는지 기억한다면 똑같은 옷을 혹은 비슷한 것을 구매할 일이 적어진다. 충동구매라는 것이 할인된 금액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가벼운 금액에 대해 또 사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옷장을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옷이 있는지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핑크색 셔츠는 어떤 것이 있는지, 데님은 어떤 워싱의 스타일이 있는지 말이다.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옷장을 기억하면서 충동구매는 확실히 줄었다. (아예 안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중첩되는 스타일에 대한 구매가 줄어들어 집에 와서 후회하는 일이 적어졌다. 환불하러 갔다가 또 충동구매하는 일도 적어졌다.

 

 요즘은 아침에 옷을 입을 때, 일부러 옷장을 한번 살펴본다. 스캔을 하고 나서 옷을 입으면 스타일링에서 고민이 될 때, 적절한 아이템을 바로 찾을 수 있다. 통장에 얼마가 들어 있는지 (물론 보면 마음이 심란해지지만.)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듯이, 우리의 옷장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지금도 이 글을 보다가 덧없이 인터넷 쇼핑을 당신을 위해서 말이다.


 참, 그러니 옷장부터 정리하시길.

출처 : Google / 옷장 정리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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