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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추천] 온전한 일상의 기쁨

영화 '퍼펙트 데이즈'

by Mickey




2024년 가을 어느 날, 기대한 영화가 개봉하여 혼자 극장을 찾았습니다. 예술영화에 가까운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빔 벤더스 감독에 야쿠쇼 코지 주연의 작품입니다. 일부러 대형 프랜차이즈 극장이 아닌 시네큐브를 찾아 좌석에 파묻혀 깊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물 외에는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작품에 집중한 것은 꽤 오랜만이었습니다. 저는 일본 영화 중 매우 진중한 스타일을 좋아합니다. '드라이브 마이카', '냉정과 열정사이' 등 특유의 부드럽고 잔잔한 매력이 일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리고 그 매력의 절정이 바로 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입니다.


주인공의 하루는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반복됩니다. 아침에 일어나 식물에 물을 주고 씻고 화장실 청소 업무를 한 후에 퇴근길에 간단한 음식과 술을 곁들입니다. 쉬는 날이면 목욕탕을 가고 책을 구매하고 조금 더 멀리 선술집에 방문합니다. 그 와중에 점심시간에는 샌드위치를 먹고 사진을 찍습니다. 그의 일상은 매일이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는 행복을 느끼고 또 기뻐합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미소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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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aver / 소박한 주인공의 일상


영화를 보다 보면 중간에 여동생이 등장합니다. 꽤 부유하게 살고 있는 그녀를 보면, 작은 집에서 살면서 공중 화장실을 청소하는 그의 현재는 조금 이해가 안 됩니다. 일부러 부유한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난 건지 사업에서 실패한 건지는 설명되지 않습니다만, 그는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합니다. 다만 그 안에서 가족의 품을 그리워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소박한 일상에 행복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한 자존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흘러가는 일상의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보고 행복을 느끼고 기뻐하는 것은, 굳이 남들과 비교하여 더 많은 돈을 벌고 유명해지는 것보다 그저 지금의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는 남들과는 독립된 자기만의 세상을 잘 만들어가는 것일 테니까요.


2024년에 이 영화를 볼 즈음 저는 가장 우울한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않아 점점 외로워지는 일상과, 꿈꾸는 나의 미래에 아직 10%도 오지 못한 나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했고, 또 어느 하나 만족하지 못하고 현실을 부정하는 제 모습에 환멸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 영화는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과 기쁨, 그것이 쌓이다 보면 더 나를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지금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것을 하나씩 꺼내보면 얼마나 행복한 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예를 들면..

전 누구보다도 다양한 슈트와 재킷, 그리고 아름다운 타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패션 업계에서 13년간 일하면서 배운 패션과 스타일에 대한 정보는 꽤 많은 쓸모 있는 정보를 가지고 있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텍스트를 통해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다리는 아직까지 말썽 없이 멀쩡해 매일을 뛰기에 좋고, 크게 아파본 적 없는 몸은 특별히 부러지거나 상한 적이 없어 감기 같은 잔병 외에는 특별하게 병원을 갈 일도 없었습니다. 입은 짧지만 음주, 특히 와인을 즐겨하기에 지나가는 와인샵에서 매력적인 와인을 구매하고, 독서를 좋아해 자주 읽는 작가와 소설풍에 책을 아침마다 독서하고 가끔 서점에 가 이런저런 책을 둘러보는 재미를 알고 있습니다. 커피를 좋아해 주말이면 에스프레소 바에 가서 두 잔씩 마시며 카페인에 빠져보고, 바에 가서는 마티니를 주문해 마시는 재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쓰다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일상과 주말의 재미와 행복은 그간 얼마나 내가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는 지를 알게 해 줍니다. 일상의 행복 속에서 남이 가진 것을 그저 부러워했던 시간이 이제는 아쉽습니다. 남을 부러워하기엔 내 인생이 그리고 오늘이 참 짧습니다. 덕분에 저는 이제 누구보다도 저에게 집중하고, 저의 행복에 더 가까워지려고 노력합니다. 이 영화 이후로 저는 더 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오늘 저는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을 맞이해서,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한 잔 구매해서 갈까 합니다.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에 시나몬 가루를 잔뜩 뿌려 마시는 게 저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출근하면 다들 짜증 나는 연휴 후 일상을 맞이할 텐데요, 글쎄요 이렇게 우리가 돈을 벌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것도 일상의 기쁨 아닐까요. 발걸음이 가볍네요. 완벽한 하루 (퍼펙트 데이즈)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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