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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by Mickey


이사를 한 달 앞두고 이리저리 짐을 미리 정리하고 있습니다. 고가의 옷과 액세서리가 많기에 이를 이삿짐 업체한테 맡기기보다는 제가 직접 정리해서 가족이나 지인에게 맡겨놓고 움직이는 편입니다. 때문에 남들보다 이사 준비가 길어지고 또 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러던 중 친누나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여행을 갈 예정인데 키우는 고양이를 캐어해 줄 겸 자신의 집에 와서 며칠 보내 달라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딱히 여행을 갈 예정이 없고 이사 준비로 집은 지저분하고 또 제가 키우는 건 힘들지만 고양이와 강아지를 보는 건 좋아하기에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지저분해진 집을 뒤로하고 누나의 집에 도착했을 때 만난 고양이는, 고양이 치고는 사람을 참 좋아해서 저를 반겼고, 잘 정리된 집은 제가 좋아하는 멋진 도시의 뷰가 있었습니다. 근처 높은 건물이 없어서 저 멀리 남산타워 (누나의 집은 서대문구)까지 보이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꿈꾸던 도심의 야경을 보는 집이었습니다.


전 중학교 때부터 높은 건물에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서울에 국한된 것이 아닌 도심의 야경을 좋아합니다. 도쿄에 가면 가장 높은 층의 호텔 방을 요청해 잠들기 직전까지 바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깁니다. 저에게 도심의 야경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인간이 만들어 낸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이런 경험은 (출장을 가서 높은 층 호텔에 묶으면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 놀러 가서 묶게 되는 높은 층의 호텔에서 보는 야경 등) 저에게 많은 동기부여를 줍니다. 잊었던 삶의 성공의 모습 중 하나는 높은 층의 건물에서 살면서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의 삶이었습니다. 빨갛고 파랗고 하얗게 빛나는 도심의 모습에 전 늘 깊이 빠져듭니다. 그리고 늘 그걸 원했습니다.


새롭게 이사 갈 집은 아직 그 정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제가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저 멀리 많은 세상을 더 아름답게 바라볼 곳에서 살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해야 할 것입니다. 누구도 저를 그렇게 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더 열심히 살아갈 예정입니다.


삶을 열심히 살아가기 위한 '무언가'가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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