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우아해지는 남성을 위해
가을이 온 지금 저는 아침에 어떤 신발을 신을지 고민하다가 부츠를 선택했습니다. 7cm의 높은 굽의 부츠는 꽤 아찔하게 높고 또 여성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부츠는 남성용입니다. 전 3년 전부터 6cm 이상의 부츠를 신었습니다. 다리와 키가 길어 보이는 효과, 우아한 패션의 완성, 또 한편으로는 젠더리스에 대한 동경이 여기에 투영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높은 힐의 부츠는 오직 여성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런웨이와 거리를 가리지 않고 남자들이 굽 높은 부츠를 신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던 장면이었지만,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높은 부츠를 신은 남성의 모습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패션이 지향하는 ‘새로운 자유’와 ‘젠더리스’의 흐름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런 부츠를 신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남성이 높은 힐의 부츠를 신어야 하는지 말입니다.
패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율’입니다. 키가 크든 작든, 옷이 고가이든 아니든, 전체적인 실루엣이 조화롭지 않으면 완성이 되지 않습니다. 굽 높은 부츠는 그 비율을 극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최근 남성들이 입는 트렌디한 플레어 팬츠, 혹은 일자로 떨어지는 트라우저는 높은 부츠가 다리는 한 뼘쯤 더 길어 보이게 만들어줍니다. 단순히 키가 커 보이는 차원이 아닙니다. 시선이 위로 끌어올려지고,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매끈하게 잡히며, 전체적인 아웃핏이 훨씬 세련되어 보이는 효과를 줍니다. 이처럼 ‘비율 보정’의 미학은 굽이 가진 가장 본능적인 힘입니다.
이를 단순히 키를 크게 키운다기보다는 부츠가 가진 긴 길이가 높은 굽을 부담스럽지 않게 연결시키며 팬츠와의 연결선상도 만들어 냅니다. 만약 일반 구두의 굽을 높여 디자인된 것을 신으면 드러나는 발목의 느낌이 뭔가 어색한 비율을 만들어 낼 것입니다. 부츠의 매력 중 하나는 높은 굽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만들어 주는 효과입니다.
굽이 높은 부츠는 단순히 기능적인 보완재가 아닙니다. 그것 자체로 하나의 예술적인 오브제에 가깝습니다. 발끝에서 올라오는 묵직한 기운, 날렵하게 뻗은 실루엣, 그리고 굽이 만들어내는 구조적인 긴장감은 남자의 걸음을 달라지게 만듭니다.
보폭이 조금 더 단정해지고, 몸의 무게중심이 새롭게 조정되며, 결과적으로 걸음걸이에서 우아함이 묻어납니다. 부츠는 그 자체로 태도를 형성합니다. 남자를 보다 당당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만드는 장치가 되는 것이죠. 결국 높은 굽은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남자의 매너와 분위기를 완성하는 하나의 장식이 됩니다.
또한 부츠의 굽이 높을수록 라스트 디자인은 더 얇고 날카롭게 디자인됩니다. 이 느낌은 묵직하고 동그란 라스트보다 훨씬 우아하고 포멀 하게 보입니다. 부츠를 덮는 길이의 팬츠를 입었을 때 드러나는 부츠 라스트의 날카로운 라스트는 매우 우아하면서 한편으로는 섬세합니다. 그 느낌이 남자를 더 우아하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날 패션은 더 이상 성별에 갇혀 있지 않습니다. 옷은 남자와 여자를 나누지 않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옷을 선택할 자유가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굽 높은 부츠’는 젠더리스 패션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여성성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하이힐이 이제 남성의 발끝에서 또 다른 언어로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트렌드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젠더 뉴트럴’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고, 동시에 개성을 존중하는 시대정신을 반영합니다.
러프한 디자인에도 포멀 한 디자인에도 높은 굽의 부츠는 어울립니다. 그것은 어쩌면 모순적인 조합으로 또 한편으로는 젠더리스한 조합으로 잘 어울립니다. 어글리 슈즈가 유행했던 것처럼 높은 부츠는 또 다른 하나의 장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합니다. “남자에게 높은 힐의 부츠를 허하라.”
이것은 단순히 키를 높이는 장치가 아니고, 과시적인 선택도 아닙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새로운 언어이자, 패션이 허락한 자유입니다. 굽 높은 부츠는 남자의 몸을 더 멋지게 보이게 할 뿐만 아니라, 패션의 미래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패션은 언제나 낯선 시도를 통해 확장되어 왔습니다. 지금 남성들의 발끝에서 시작된 변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우리가 입는 옷이 얼마나 유연해질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작은 혁명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