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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ckey Nov 29. 2017

까르띠에 탱크가 주는 꿈

탱크에 담겨있는 어릴 적 환상과 우아함

 

 꾸미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나는 아침이면 안방에 들어갔다. 아버지의 근사한 슈트와 단정히 여미던 타이, 어머니의 우아한 원피스와 스타킹을 신으시는 모습을 보곤 했다. 어린아이가 가지지 못하는 옷차림은 늘 새롭고 멋지게 보인다.


 아버지의 진한 코롱 향과 어머니의 분 향은 오묘하게 섞여 근사한 어른의 향을 만들었다. 외출 준비의 마지막은 까르띠에 탱크 시계를 차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예물이었던 탱크는 어린 내게는 이해하지 못할 네모난 디자인에 복잡해 보이는 숫자였지만 어른의 시계였다. 멋지고 우아했다. 우아라는 단어를 이해하지 못할 나이에도 그건 우아해 보였다. 쉽게 말해 동경의 대상이었다.


 가끔 아버지가 시계를 놓고 가시는 날에는 손목에 차고 한참을 어른 행세를 했다. 코롱 향이 가득 묻어 있었던 시계를 코에 묻고는 서른이 넘은 나를 상상했다. 톡 쏘는 향이 가득한 탱크는 어른의 세계였다.

 

출처 : Google / 내게 아버지의 젊은 시절은 이렇게 회상된다.


 부모님은 주말에도 그 시계를 차시곤 했다. 연한 데님에 화이트 셔츠를 입은 아버지는 탱크를 차시곤 야구 모자를 쓰셨다. 그때는 왜인지 그 모습이 멋졌다. 세련된 미국 남성 같았다. 어머니는 캐주얼을 입으셔도 우아하게 입으려 노력하셨다. 연한 데님에 ( 당시에는 연한 데님이 큰 인기였다. ) 가벼운 티셔츠에 오버 사이즈 재킷을 입으시곤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다르게 클래식과 캐주얼을 적절히 매치하셨다. 그 모습에 탱크는 더 멋진 조합이 되었다. 부모님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부모님에게 패션에 관련된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출처 : Google / 커플의 탱크는 어떤 시계보다 멋진 조합이다.




 그러나 패션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내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특정한 롤 모델은 없었다. 정중하고 섹시한 톰 포드와 우아하고 캐주얼한 피비 파일로. 댄디함과 우아함을 담는 GQ 매거진과 농담과 스타일을 가득 담은 LEON 매거진. 모든 것이 참고가 되었지만 어느 하나 절대적인 건 없었다. 다만 시계에 있어선 부모님이 절대적이었다. 탱크가 아니다. 부모님이 차셨던 탱크가 절대적이다.


 아버지가 찬 탱크는 강직함, 어머니에겐 기품, 그리고 두 분의 교집합은 우아함이었다. 어울릴 수 없는 요소가 모이고 융화된 시계는 내게 절대적인 교과서 이자 모델이었다. 내게 첫 시계는 어떤 것도 없었다.

 


 35살이라는 나이에 신부와의 예물이 아닌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까르띠에 탱크를 구매했다. 시계를 찬다고 해서 우아해지거나 기품이 생기거나 혹은 강직 해지는 건 아니다. 다만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 중 이제 큰 부분을 찾은 것이다. 바라왔던 나의 모습, 탱크에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보며 어른의 꿈을 꾸던 소년이 아직 있다. 과거의 꿈 많고 호기심 많던 그 소년. 아직 부모님의 멋을 따라가기엔 한참이나 남은 나에게 탱크는 어떤 멋을 줄까.


출처 : 필자 인스타그램 / 탱크는 내게 어떤 멋을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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