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이 다가올 때 즈음이면 여기저기 길거리와 상점에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기념하는 화려함이 가득해집니다. 그 화려함을 잠시나마 둘러보다가 이내 제 일을 생각하고서는 갈 길을 갑니다. 이번 연말도 화려하구나 하는 생각입니다.
혼자 보내는 연말은 꽤 오래되었습니다. 부모님 집에서 독립한 지는 벌써 9년이 되었고 혼자 생활하는 것에 매우 익숙해진 나날입니다. 연인이 없이 보내는 연말은 조금은 씁쓸하지만, 그 핑계로 제 선물은 산 건 늘 기뻤습니다. 이참에 연말 세일하는 옷을 구매할 때의 기쁨이란!
마흔을 넘기니 주위 친구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면서 점점 같이 할 시간이 없어집니다. 30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연인이 없어도 연말은 늘 바쁜 기억이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회사에서 진급을 할수록 회의는 많아지고 보고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받는 경우도 많아집니다. 하루에 다수의 회의를 해야 하고 몇 번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제 일을 하는 건 모두가 퇴근하고 나서의 일입니다. 그제야 집중하고 제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집에 오면 진이 빠져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혼자 책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요즘은 영상을 찍는 그 정도의 일상이 딱 좋습니다.
혼자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만, 오히려 편한 건 사실입니다. 온전히 내 시간을 보내면서 회사가 아닌 나라는 존재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보고 충족시켜 주는 것. 혼자이기에 가능한 이 시간이 소중하고 또 중요합니다. 아직 저에게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보다는 나의 행복과 앞으로 가고자 하는 것에 대한 실행 (회사가 아닌 개인적인 업무) 등 나 혼자만의 시간은 꽤 중요하고 의미가 크게 느껴집니다.
만약 제가 결혼을 했다면 어땠을까 가끔 상상을 합니다. 아이가 있었다면 그만큼 또 행복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아이를 보며 갖게 될 행복은 제가 상상할 수 없는 그 무언가겠죠. 사랑스러운 아내와 함께 하는 저녁은 함께 반주를 곁들이면서 도란도란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행복은 제가 가져본 적 없기에 감히 말할 수 없지만 매우 특별하고 귀중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혼자라는 것', 꽤 나쁘지 않습니다. 아니 사실은 좋은 게 더 많게 느껴집니다. 혼자 있으면서 글을 쓰고 영상을 찍고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습니다. 외로움을 택한 대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해야 하는 것들을 하지 않고, 혼자라는 외로움 속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많고 그것을 택했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핵개인주의로 가는 지금 시대에 제가 가지고 싶은 나만의 경쟁력 속에 혼자 있는 시간은 그것을 꾸준히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니까요. 혼자라는 것, 외롭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내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즐겁습니다. 올해도 이렇게 즐겁게 마무리하겠습니다. 외롭지만 즐거운 2025년의 추운 겨울날, 와인을 마시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