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음. 그리고 추움 엄청.
작년 말부터 평화로웠던 공기는 오늘 오전에 깨지고 말았다. 상사의 고함과 짜증이 섞여 회의 분위기는 뒤죽박죽이 되었다. 가라앉은 내 시선만큼이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회사와 나의 위치는 예전으로 돌아왔음을 느끼고 절대 달라질 수 없음을 다시 깨닫는다. 좋아질거라 믿었던 스스로에게 자문한다. 이 얼마나 바보같은 믿음인가.
회사에서의 능력이 인생의 전부라 믿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조금 덜어내었지만, 불과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능력의 부족을 곧 실패라고 생각했다. 실수를 할 때마다 혹은 내 의지로 되지 않는 일을 할 때마다 성실이 답이었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나에게 힐난할 사람이 없었다. '너 왜 이렇게 성실해?!' 라고 화 낼 사람은 없다. 물론 그만큼의 성과가 없으면 비난이 섞이긴 하겠지만.
그래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 늦게 퇴근했다. 피로가 쌓이고 주말은 잠과 술만이 기억나지만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6년동안을 보내오니 내게 남은 건 시발비용으로 질러버린 옷들과 얼마 남지 않는 통장의 잔액, 그리고 온갖 술 뿐이었다. 6년동안의 여자친구들에게 회사와 상사의 욕을 하느라 데이트는 뒷전일 때가 많았다. 주말에는 쓰기로 한 컬럼은 제목만 써놓고 한 단락을 채 끝내지 못했고, 영어 공부 하려 사놓은 교재는 먼지가 수북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기에는 현재 꼴이 말이 아니다.
신년의 목표는 여전히 똑같다. 컬럼을 매주 꾸준히 쓰자.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자. 운동도 놓치지 말고 할 것. 그리고 하나 더 생겼다. 흔들리지 말 것. 누군가의 말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에 흔들리지 말 것. 내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실행할 것이고, 만약 회사가 그룹이 단체가 이를 반대한다면 나가면 된다. 기어코 붙잡고 노력해본들 소용 없다. 누가 칭찬해주고 알아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 추운데 나 말고 누가 나를 보듬어 줄까.